장남, 해수부 유관기관 '한국선급' 서류·필기서 낮은 점수 받고 합격
위장전입 총 4차례…문 후보자 측은 '2차례', 2005년 이후는 '1차례' 주장
건보료 납부 회피, 병역 중 석사학위 취득 의혹도 나와

문성혁(61)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6일 열린다. 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로 스웨덴 세계해사대학 교수로 임용된 항만·해사·물류 분야 전문가지만 신상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문 후보자가 받는 의혹은 △아들 특혜 채용 △위장전입 4차례 △건강보험료 납부 회피 △석사과정 중 군 복무한 이른바 '황제 병역' 의혹 등 크게 4가지다.

문 후보자가 재직한 세계해사대학은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1983년 스웨덴 말뫼에 세운 대학원대학교로, 학부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2년간 석사 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다. 문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카디프대에서 항만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한국해양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1988년엔 1급 항해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 하고 있다.

장남 해수부 유관기관 특혜 채용
문 후보자 장남은 한국선급 2015년 하반기 공채에서 검사기술직(선체) 직무에 지원해 합격한 뒤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채용 과정에서 특혜 채용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한국선급은 정부로부터 선박검사 업무를 위탁 받은 국제선박검사 기관이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공채에서 검사기술직(선체) 직무에 지원한 전체 지원자 학점 평균은 3.61(4.5만점 기준)이었지만, 문 후보자 장남의 학점은 3.08이었다. 전체 지원자 146명 중 139등이었다. 하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25명에 이름을 올렸다. 제출한 영어 성적표도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

당시 한국선급은 자기소개서를 '1000자 이내'로 쓸 것을 요구했지만, 문 후보자 장남은 항목당 평균 363.4자만 썼지만 자기소개서에서 만점(30점)을 받았다. 이 의원은 "장남 자기소개서에는 '아버지의 장기출장으로 가족이 1년간 영국에 살았고' '가족 중 한국해양대 출신이 많은 덕에'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며 "한국선급 채용 자기소개서에 '가족 중 한국해양대 출신이 많다'고 적은 건 '내가 누구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고 했다.

문 후보자 장남의 전공 필기시험 성적은 면접 전형을 본 15명 가운데 11등이었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 5명 안에 들었다. 이 의원은 "임원 면접위원 3명 중 1명이 문 후보자의 한국해양대 같은 학과 동기"라며 특혜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은 문 후보자가 아들의 한국선급 채용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급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세계해사대 교수로 재직할 때 2015년 4월과 11월, 2016년 4월과 5월 네 차례 한국선급을 공식 방문했다. 이 중 2015년 11월 방문은 아들이 한국선급에 입사 지원을 한 뒤 수습채용이 확정되기 전의 시점에 이뤄졌고, 2016년 4월 방문은 아들이 정식 임용된 지 9일 만에 이뤄졌다.

박 의원은 "문 후보자는 한국선급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세계해사대 유일의 한국 교수였다"며 "이런 지위에 있는 문 후보자의 집중적인 방문이 낮은 서류전형 점수, 무효 토익 점수 제출로 이미 논란이 된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선급 측은 문 후보자 장남은 우수한 경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특혜 채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문 후보자 장남은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SK해운에서 3년3개월간 근무한 뒤 경력직으로 지원해 이직했다"며 "평가점수 100점 중 배점 60점을 차지하는 '경력' 항목에서 총 5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학점과 영어성적 등은 배점이 5점으로 낮았다"며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4차례'…文정부 인사검증 기준 초과 논란

문 후보자는 지금까지 총 4차례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중 3차례는 2006년 5~6월 두 달 사이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문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공직 배제 기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발표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7대 배제' 원칙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등을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한 경우 인선을 배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4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 측은 "위장전입은 총 2회이고, 인사검증 기준에 해당하는 2005년 7월 이후의 위장전입은 1회"라고 주장했다. '인사검증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보낸 문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전입신고 이력을 확인하면, 문 후보자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1995년 2월 문 후보자 배우자와 아들만 지인의 집인 동삼동의 한 아파트로 주소만 옮겼다. 문 후보자 측은 당시 입주가 예정돼 있던 아파트가 완공이 아직 되지 않아, 아들이 원 주소지의 초등학교로 입학했다가 몇 달 후 불필요하게 전학을 해야 돼 일찍 전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 위장전입을 1번 했다.

2006년 5월에도 문 후보자 가족은 실제로는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배우자와 자녀의 주소만 수영구의 한 아파트 단지로 옮겼다. 그런데 이 때는 두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3차례나 서류상 주소를 이전했다. 먼저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친정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관할 교육지원청이 같다는 이유로 전학이 불발되자 하루 만에 수영구 광안동 지인 집으로 주소를 이전했다. 이 지인이 광안동 내의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또 주소를 옮긴 것이다. 문 후보자 측은 딸이 다니고 있던 중학교의 학업 경쟁이 치열해 학업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전학을 하려고 지인의 자택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두 달 새 총 3차례 위장전입을 했고, 1995년의 전입까지 포함해 총 4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전입의 목적이 하나이고 일련의 과정으로 세 차례 전입을 했다는 이유로 "2006년의 위장전입은 1회라고 보는 것이 맞는다"라고 주장했다. 1995년까지 위장전입을 총 2회 했지만, '2005년 7월 이후'는 1회이므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 후보자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납부 회피

문 후보자는 세계해사대학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아들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방법으로 건강보험료 납부를 회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문 후보자가 세계해사대학에 근무하며 연봉 1억3000만원을 받고 국내에서도 월 300만원이 넘는 공무원 연금을 수령하는 등 고소득을 올렸지만, 최근 10년(2009~2018년)간 국내에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35만원이 채 안 된다"고 했다. 20대 아들의 직장 피부양자로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된 문 후보자의 건강보험료는 월 15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의원은 "절세를 넘어 교묘한 세금 회피를 지속한 전형적 '세꾸라지(세금+미꾸라지)' 행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 측은 10년간 대부분의 기간을 스웨덴에 거주했고, 연간 몇 차례 국내에 입국했을 때 지역가입자로 등록하고 건강보험료를 냈다고 해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문 후보자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해사대가 있는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보험료를 유엔 규정에 따라 연 평균 365만8000원을 스웨덴 의료보험기관에 납부했다"며 "이 기간 국내에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가족 방문을 위해 연간 몇 차례 입국했을 때 지역가입자로 등록하고 낸 것"이라고 했다.

승선 근무로 군복무 대신하며 석사 학위 취득

문 후보자는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에 승선해 군 복무를 대신하면서, 군 복무 기간 해양대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1981년 2월 19일부터 1983년 10월 15일까지 해군예비원령 제도에 따라 승선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1983년 2월 24일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국민 정서와 어긋나게 군 복무를 하며 손쉽게 석사학위를 취득한 '황제병역'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 측은 "선박의 승선근무 기간은 항해 기간뿐 아니라 육상 대기기간도 포함된다"며 "육상 대기 기간 중에 군 복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