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55)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금강산 관광 중에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선 '통과의례'라고 하는 등 과거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군복 입고 쇼"라고 하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씹다 버린 껌", 추미애 전 대표를 향해선 "감염된 좀비"라고 한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으로 논란도 일었다. 그밖에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전까지 최소 네 차례에 걸쳐 아파트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나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를 '부적격 후보자'로 지적하며 '송곳 검증' 청문회를 예고했다.
김 후보자는 강원 동해 출신으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를 하다 노무현정부 때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거쳐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인제대 교수 시절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책 통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김 후보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 원로 그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① 친북 성향의 대북관…"제재·압박은 실패한 대안"
김 후보자는 남북경협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햇볕론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서 "제재가 아니라 자해"라며 했고,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험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 데 대해선 "나라가 망한다"는 등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선 "제재와 압박은 실패한 대안"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선 "(북핵) 25년 역사 중에서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본 것은 2년밖에 안 된다"면서 "지난 25년을 힘으로 누르려다 실패한 역사로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평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0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관광이 시작되고 우리가 겪었던 소동들, 예를 들어 금강산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사람, 탈북자 얘기를 꺼냈다가 억류된 사람, 교통사고로 북한 군인이 사망하고, 총격 사건으로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사고들(은), 일찍 시작했어도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고 썼다. 북한의 총격으로 우리 국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통과의례'라고 한 건 인식 차원을 넘어 인성(人性)의 문제라고 야당은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고인의 비극을 직접 지칭한 것은 아니다"면서 "해당 표현은 금강산 관광 초기 신뢰 부족으로 겪었던 정치적·문화적 갈등을 총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시했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12일엔 중국 상하이로 출장 가서 유엔군사령부 해체 방안이 담긴 '평화협정 시안(試案)'을 중국 전문가들과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김 후보자가 원장으로 있던 통일연구원이 작성한 이 시안에는 '북한의 비핵화 약 50% 달성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0년 초반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맺고, 90일 이내 유엔사를 해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②소셜미디어 과거 발언 논란...李총리도 "절도 넘은 언동" 비판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연철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그의 페이스북 계정은 현미경 검증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군복을 입고 군부대를 찾은 것에 대해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며 "정치하는 분들이 좀 진지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5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 대통령과 당내 갈등을 빚은 데 대해선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 정치인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난한 예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2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정신병에 가까운 강박증, 평균 이하인 지적 수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자폐증 등을 눈치 챈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 10월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찬성한 한 교수를 향해 "씨X럴 X놈"이라고 욕설을 했다. 그해 3월엔 진보와 보수 양측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 사회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일화를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진보와 보수의 대화 어쩌고저쩌고 하는 대부분의 이벤트는 알고 보면 사기"라고 썼다.
이처럼 김 후보자 소셜미디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지난 12일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여권에서도 김 후보자의 막말 논란에 대해 고위 공직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김 후보자의 막말 논란에 "언동(言動)이 때로 지나쳤던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유인으로 산 기간 길어 언동에 때로 지나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여러 후보자의 장단점을 함께 논의했고, 모든 점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 낫다고 봤다"면서 "(막말)문제도 (제청 과정에서) 스크리닝(검토)이 됐다. 인사청문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③ 아파트 살 때와 팔 때 신고 금액이 다르다… 양도세 탈루 의혹
김 후보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전 최소 네 차례에 걸쳐 '아파트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관행"이었다면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 배우자는 2004년 12월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42평(140.23㎡)을 1억7900만원에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2004년 1~12월 방배동의 40평대(132~165㎡)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통상 6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공시지가도 3억9750만원으로 신고가의 2배가 넘었다.
그런가 하면 김 후보자 측은 살 때는 1억 7900만원이라고 신고했던 이 아파트를 2018년 매도할 때는 5억 5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 부부는 이 아파트를 11억800만원에 팔았다. 2004년 신고한 매입가를 기준으로 하면 9억2900만원의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했지만, 매입가를 올려 적으면서 납부 대상 차익은 6억 3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줄었다.
김 후보자가 처제 명의의 주택에 임차료를 내지 않고 3년 간 거주했다는 것도 세금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인제대 김해캠퍼스 재직 당시 처제인 이모 씨가 2011년 매입한 다가구 주택에 거주했고 3년 뒤 처제는 이 주택을 매도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 답변서에서 별도의 임차 비용을 처제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명 거래 의혹 해소를 위해 처제와의 금전 거래 내역을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김 후보자는 직계비존속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김 후보자 측이 처제 명의로 차명 보유한 주택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후보자가 대학교수로 근무하던 김해에 처제 명의로 다세대 주택을 8억7000만원 정도로 시가 매입했고 후보자의 부인이 대학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논산에도 아파트 한 채를 처제 명의로 보유한 것으로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국당은 매입 당시 처제가 거래를 주도했는지 등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 처제를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해 불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