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6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열린다. 박 후보자는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한 최소 4번 이상의 위장전입, 한국 영상산업협회장으로 재직할 때 받았던 수천만원의 활동비에 대한 소득세 누락,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억대 연봉을 받는 셋째 딸을 본인과 자신의 둘째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부당하게 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화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CJ ENM의 사외이사와 감사로 지내면서 대기업의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박 후보자는 인천 제물포고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문화체육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주(駐)뉴욕한국문화원장,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 대통령 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광주비앤날레 대표이사 등 주로 문화⋅관광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모처 임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①세 딸 아버지의 교육열? 4차례 위장전입 의혹

박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들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여섯번 주소지를 옮겼다. 이 가운데 네 건에 대해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첫 번째 위장전입 의혹은 1993년 자신이 살던 서울 목동 10단지 33동에서 22동으로 주소를 이전한 후 1개월 만에 본래 주소로 이전한 것이다. 박 후보자는 큰 딸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자녀가 배정될 학교를 고려해 미리 지인 집으로 일시 이전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위장전입 의혹은 1995년 배우자 송모씨만 인천 서구 연희동에 전입 신고를 한 것이다. 박 후보자는 그 당시 영국 예술위원회 파견(가족 동반) 때 세간 보관을 목적으로 방 1칸을 임대해 전세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란 것이다.

세번째 위장전입 의혹은 1998년 8월 초등학교 6학년인 큰 딸과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이 살던 목동 9단지에서 자신 소유의 목동 10단지 아파트에 딸과 배우자만 전입 신고한 것이다. 목동 10단지 아파트에는 다른 가족이 전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거주는 하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초등학교 6학년인 큰 딸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큰 딸의 통학 편의를 위해서 미리 전입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네번째는 2002년 미국 뉴욕문화원장으로 파견(가족 동반) 당시 이뤄졌다. 박 후보자 가족이 귀국하기 전인 2003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큰 딸 혼자 먼저 귀국해 서초구 재외공무원 자녀 기숙사로 전입 신고를 했다. 당초 양천여고에 다녔던 큰 딸은 2004년 서초구 동덕여고로 전학했고, 두 달뒤에 목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큰 딸은 이듬해 중앙대 의대에 특례로 입학했다.

박 후보자는 허위 전입신고에 대해서는 모두 시인하면서도 "자녀의 편리한 통학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위한 것이지,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교 진학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②한국영상산업협회장 활동비 수천만원 소득 누락 논란

박 후보자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한국영화배급협회(옛 한국영상산업협회) 회장을 지냈다. 영화배급협회는 영화 저작권료를 위탁 징수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박 후보자가 이 기간 동안 받은 협회에서 받은 수천만원의 활동비를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박양우 후보자의 소득신고 상세내역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협회장 재직 당시 소득을 근로소득은 물론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 어느 항목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이 기간에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400만 원 안팎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근로를 제공해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는 근로소득에 해당하며, 판공비와 교제비, 여비 등도 근로소득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박양우 후보자는 "매달 소정의 활동비를 받은 것은 맞는다"며 "세금 처리를 적절히 했는지에 대해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논문 표절 의혹

박 후보자가 2006년 문체부 차관 때 발표한 논문이 당시 문체부 산하 기관의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후보자가 2006년 12월 중앙대 법학논문집에 제출한 학술논문 ‘예술인 정책의 필요성 및 기본 방향’의 4개 문단이 한국문화정책연구원 박영정 연구원이 2006년 10월 발표한 ‘예술인 정책 체계화 방안 연구’ 보고서 내 문장들과 거의 일치했다.

4문단을 구성한 15개 문장 가운데 6개 문장은 완전히 같았다. 출처 표시도 없었다. 나머지 9개 문장은 1~2개의 단어를 바꾸거나 조사만 빼고 거의 똑같았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학술세미나 발제 자료일뿐 논문이 아니다"라며 "중앙대가 후보자 의사와 무관하게 등재한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④해외 거주 억대 연봉받는 셋째 딸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박 후보자는 해외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며 억대 연봉을 받는 셋째 딸을 본인 또는 둘째 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 셋째 딸은 2017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요양병원에 다니는 둘째 딸의 직장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가,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박 후보자의 직장 피부양자로 옮겨졌다.

셋째 딸은 병원 진료도 받아 2017년 35만8000원, 2018년 2만4000원의 건강보험공단 부담금도 발생했다. 셋째 딸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홍콩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면서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딸은 예금 자산만 2억 원을 가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5조에 따르면, ‘피부양자’는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의존해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으로,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기준을 각각 4000만 원(2019년부터 연간 총소득 금액 3400만 원으로 개정) 이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의 셋째 딸은 독립해서 지역 가입자로 등록해야 한다. 건보법 시행령엔 국가가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피부양자 자격 변동 신고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자 측은 "법률 검토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⑤ CJ E&M 사외이사…대기업 거수기 논란

박 후보자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CJENM의 사외이사와 감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당시 대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를 이유로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 등 영화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영화 독과점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 마이크 앞에 선 사람은 배우 권해효씨..

박 후보자는 2014년 3월 CJENM 사외이사로 취임한 이후 32차례 이사회에 참석했으나, 전부 찬성표만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 8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흘 뒤인 12일 사임했다. 그가 CJENM에서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최근까지 총 2억4400만원을 받았다.

언론노조에서도 지난 25일 박 후보자 선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는 "박 후보자는 문화 다양성과 미디어 다양성에 기초적 인식과 철학의 부재를 검증해야 한다"면서 "독과점과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무사안일 인사라고 혹평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