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등떠밀린 이대호 선수협 회장, 산적한 현안 해결할까

입력 2019.03.25 15:57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선수협 회장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해도 힘든데 잘 될 지는 두고 봐야죠."
지난 24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2년간 공석이던 회장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를 선임했다고 발표하자 한 구단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이대호 회장 선임 과정을 들여다 보면 과연 선수들이 선수협을 온전한 '나의 조직'으로 여기는 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는 이 회장이 산적한 과제를 풀어낼 '동력'을 그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당초 선수협 회장은 각 팀이 대표 선수 한 명씩을 추천해 투표로 결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각 팀 대표 선수들간 의견이 갈려 결국 구단별로 연봉 상위 3명씩, 총 30명의 후보를 강제 추천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이대호가 과반을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600명에 이르는 KBO 등록선수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그에게 모아지는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이대호는 회장이기에 앞서 최고 연봉(25억원)을 받는 최고 실력을 갖춘 KBO리그의 대표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대호 스스로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2017년 4월 전임 이호준 회장이 사퇴한 뒤 선수들 사이에서 이대호가 차기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졌을 당시 이대호 역시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며 주장 완장도 후배 손아섭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이대호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회장 취임식에서 "야구에 전념하고 싶었는데 주장보다 더 큰 자리를 맡게 됐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 하겠다"며 "지금까지 맡았던 회장들이 안 좋다고 했는데 다음에 맡을 후배들이 맡고 싶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대호 회장 앞에는 지난 2년간 선수협이 정상 가동되지 않은 탓에 힘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저연봉 선수들의 처우 개선, FA제도 개정, 팬들과의 소통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지난 겨울 FA제도 보상 규정 문제로 많은 FA들이 계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선수는 '미아' 신세가 됐다.
이대호 회장이 마주해야 할 상대는 KBO와 10개 구단이다. 선수협의 하나된 목소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의 능력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의 힘'을 엮을 줄 알아야 한다. 이는 회장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프로야구 '주류' 선수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성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아진다는 현실도 읽어야 한다.
팬들의 지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는 일이 잦아져 상당수 팬들도 등을 돌린 상황이다. 어차피 팬들과는 현장에서 만난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대호는 팬사인회, 팬들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지금의 야구 실력을 유지하면서 프로야구 현안을 다루는 회장직을 수행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 팬들에게 '이대호의 홈런'보다 좋은 서비스는 없다. 한 구단 관계자가 얘기했듯 선뜻 나선 자가 없어 할 수 없이 맡은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을 해소하려면 회장과 선수협의 하나됨은 필수다. 선수협은 2000년 창립 이후 중대 기로에 섰다. KBO와 상생할 수 있는 조직으로 한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이대호 회장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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