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 한국 길들이고 美 추가제재 철회로 목적 달성한 듯"

입력 2019.03.25 16:47 | 수정 2019.03.25 16:56

北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사흘만에 업무 복귀
연일 '민족공조' 압박하던 北, 효과봤다 판단한 듯
트럼프 대통령 '추가 대북 제재 철회' 메시지도 北 행동 영향 준 듯
北 '오락가락' 행보, "중대 발표 앞두고 고민이 많단 방증" 관측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인원 4~5명이 25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 복귀하면서 지난 22일 북측의 철수로 멈춰섰던 공동연락사무소가 부분적으로 정상화됐다. 북측이 철수 사흘만에 복귀한 것은 그 사이 자신들이 의도했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제재 추가 움직임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를 향해 '민족공조'와 '한미동맹' 중 택일하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22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이후엔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한국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연일 비난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제재⋅압박을 더 옥죄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미국 설득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개성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사각) 추가적으로 적용하려던 대북제재를 취소했다. 미 재무부가 추가하려던 제재가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취소' 메시지를 '북한 달래기' 신호로 보고 개성사무소로 복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의 중요한 성과물로 보는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을 미 행정부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메시지를 보고서 북한이 '긴장 국면'에서 다시 한번 '대화 모드'로 가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은 연락사무소 철수를 통해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함과 동시에 남북 대화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를 충분히 보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통일부는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개성공단 폐쇄 전 공단을 관리하던 중앙특구개발총국 관계자와 접촉하는 등 북한 의중 파악에 매진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철수 조치에 '유감'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조속한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한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남북 관계 파탄’으로 보고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대미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한 셈"이라고 했다.

이날 북측 인원이 일부 복귀한 후에도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기 보다는 '빨리 정상가동돼 다행'이라는 모습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공동연락사무소가 북남 공동선언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면서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외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내부 단속 차원에서 개성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북한이 유엔과 중국 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뒤 귀임 조치한 것처럼 공동연락사무소 대남 일꾼도 한데 모아 메시지 대남 메시지를 조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근 북한이 해외공관장을 전부 소환했다가 돌려보낸 것은 대외 선전 메시지와 관련한 방침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향후 대남 정책을 어떻게 펼 것인지 방침을 전달하기 차원에서 근무 직원들을 철수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지 사흘만에 복귀한 점으로 볼 때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으로선 연락사무소 철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남한 내에서 대북 인식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판흔들기 차원에서 돌출 행동을 또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덕민 전 원장은 "연락사무소를 철수해놓고 불과 사흘만에 복귀시킨 것이나 그 와중에 노골적으로 대남 압박메시지를 보낸 것 등으로 볼 때 북한 수뇌부가 하노이 회담 이후 아직까지 전략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예고한 김정은의 중대 발표를 앞두고 북한 당국이 고민이 많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성장 본부장도 "조만간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면서 "위성 발사로 판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상당한 모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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