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부 "檢 공소장 너무 장황…선입견 우려" 30분간 지적

입력 2019.03.25 13:48 | 수정 2019.03.25 15:30

"불필요한 부분 기재됐다"…공소장 일본주의 지적
法 "법관이 편견 가지게 할 우려" 공소장 변경 요구
검찰, "직권 남용 전후 과정 설명해야" 사건 특수성 주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구속)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을 맡은 재판부가 25일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에 공소 사실과 직접 관계 없거나 너무 장황하고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이 있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을 읽다보면 피고인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30여 분간 검찰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는 25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변호인은 몇 차례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구체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대한 견해가 있었다"고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떄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다른 증거는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최초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지적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예로 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효력 정지 처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사건을 무리하게 뒤집으려 했다는 공소사실 가운데 당시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었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것이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이 한 행위를 기재했다"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행위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은 양승태·박병대 피고인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결론 부분"이라며 "임 전 차장이 이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보고받았다는 것은 한참 뒤 아니냐"고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예만 들었다"며 "기소된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되지 않으며 너무 장황하고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이나 법관이 편견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 등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겠다"며 "변경하는 게 괜찮다면 변경해 주고, 반드시 공소장 변경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동안 여러 동기와 배경, 목적에 의해 이뤄진 범행으로 지휘 체계나 계통에 따라 공모관계가 다양하고 조직적·장기적·반복적으로 행해진 성격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주된 공소사실 죄명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라는 점도 참작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권남용 범행은 적당한 직무권한 범위 내의 범행이라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적시하지 않으면 외견상 행동만 기재하게 된다"며 "피고인들이 오히려 뭘 방어해야 하는지 등 방어권 행사에도 안 좋은 점이 있다. 어떤 점 때문에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후 사정이나 경위를 자세하게 상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서면으로 받은 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296쪽으로 혐의만 총 47개에 달한다. 이명박(259쪽)·박근혜(154쪽) 전 대통령 공소장보다 길다. 여기에 수사 기록은 A4 용지 17만 5000쪽 정도로 350권 분량에 달해 '트럭기소'라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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