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의회·정부에 못맡겨"… 英국민 100만명 거리로

입력 2019.03.25 03:00

브렉시트 취소 청원 500만명 넘어… 내각서 메이 축출 '쿠데타' 거론
親EU파 리딩턴 총리 추대론도

영국 정부와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자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23일(현지 시각) '풋잇투더피플(Put it to the people·국민에게 맡겨라)'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런던 집회에는 약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트래펄가 광장을 비롯해 시내 주요 지점이 "브렉시트 취소하라" "제2 국민투표 실시하라"고 외치는 영국인들로 가득 찼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가 영국 역사상 최대였던 2003년 2월 이라크전 중단 요구 집회와 비슷한 규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런던 시민뿐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많았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 등 EU 잔류파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왓슨 부대표는 "메이는 창문을 열어 국민의 함성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 잔류를 원하는 영국 국민이 23일 런던 시내에서 연 시위에 테리사 메이 총리의 얼굴을 본뜬 거대 모형이 등장했다. 메이 총리의 길어진 코는 피노키오처럼 브렉시트와 관련해 계속 말을 바꾸며 혼란을 키운 정치권의 ‘거짓말’을 상징하며, 이러한 브렉시트 대혼란이 경제(Economy)를 뜻하는 영국 신사의 몸을 꿰뚫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유럽연합 잔류를 원하는 영국 국민이 23일 런던 시내에서 연 시위에 테리사 메이 총리의 얼굴을 본뜬 거대 모형이 등장했다. 메이 총리의 길어진 코는 피노키오처럼 브렉시트와 관련해 계속 말을 바꾸며 혼란을 키운 정치권의 ‘거짓말’을 상징하며, 이러한 브렉시트 대혼란이 경제(Economy)를 뜻하는 영국 신사의 몸을 꿰뚫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AP 연합뉴스

'브렉시트 취소' 의회 청원 서명도 24일 오후 500만명을 돌파했다. 1분당 2000명가량이 서명에 동참하는 중이다. 역대 영국 의회에 제출한 청원 중 가장 많이 참여한 사례는 2016년 브렉시트와 관련한 제2 국민투표 요구(415만명)였는데, 이미 이 기록을 넘어섰다. 배우 휴 그랜트, 과학자 브라이언 콕스 등 유명 인사도 대거 동참했다.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단체 '더 피플스 보트(The People's Vote)'의 제임스 맥그로리 사무총장은 "합의를 이끌어낼 줄 모르는 정치권에 더 이상 못 맡기겠다"며 "이제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갈피를 못 잡는 브렉시트 혼란 속에 메이 정권은 위기를 맞고 있다.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는 "메이를 몰아내기 위한 내각 내부의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며 "장관 11명가량이 25일 메이에게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어느 익명 장관을 인용해 "메이가 열흘을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에는 여당인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메이를 찾아가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다시 하자” 영국 100만 시위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영국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데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23일(현지 시각) 런던 의회 광장에서 100만여명이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래 3년여간 내부 합의에 실패,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잠정 연기하는 것만 결정한 상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다시 하자” 영국 100만 시위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영국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데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23일(현지 시각) 런던 의회 광장에서 100만여명이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래 3년여간 내부 합의에 실패,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잠정 연기하는 것만 결정한 상태다. /AFP 연합뉴스

'쿠데타'에 참여하는 장관들은 메이를 축출한 다음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을 임시 총리로 추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2인자'로 통하는 리딩턴 실장은 EU 담당 장관을 지낸 적이 있고, 평소 친(親)EU파로 분류된다. 따라서 리딩턴이 국정 운영의 키를 쥐면 "브렉시트는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메이와는 달리 제2 국민투표나 EU 잔류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브렉시트 발효일은 애초 3월 29일이었지만, EU 동의 아래 일단 연기된 상태이다. 다음 주에 영국 의회가 EU와 맺은 합의안을 투표로 통과시키면 5월 22일에 브렉시트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미 두 번이나 부결한 합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4월 12일 통관 등에 관한 아무런 해법이 정해지지 않은 '노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4월 12일 이전에 오는 5월에 실시될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브렉시트를 장기간 미루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가 장기간 연기되면 제2 국민투표 등을 거쳐 EU 탈퇴를 취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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