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에 '영화의 역사'가 쌓인다

조선일보
  •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3.25 03:00

    '더 킹'부터 '돈'까지 영화판 누비는 류준열
    '응답하라' 이후 출연 영화만 15편… 매번 다른 눈빛으로 관객 사로잡아

    요즘 배우 류준열(33)의 별명은 '소준열'이다. 소처럼 일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류준열이 보여서다. 지난해 영화 '독전'과 '리틀 포레스트'로 활약했던 데 이어 올해 1월을 영화 '뺑반'으로 열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돈'(감독 박누리)에서는 학벌도 '빽'도 없는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을 맡았다. 순진했던 사회 초년생이 욕망에 눈 뜨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개봉 4일 만에 관객 100만명을 모았다. 머지않아 대한독립군의 '봉오동 전투'를 그린 영화 '전투'(감독 원신연)로도 관객을 만난다. 최근엔 한 방송사 예능에 출연해 배낭을 짊어지고 쿠바로 떠나기도 했다. 류준열에게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는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류준열이 류준열로서 스스로의 모습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같은 듯 다른, 매번 달라지는 얼굴

    류준열은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결코 잘생겼다고 말하기 힘든 얼굴. 그러나 류준열은 천천히, 차근차근 자신의 매력을 납득시킬 줄 알았다. 꽃미남 박보검 옆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이상하게도 자꾸 보니 멋지고 잘생겨 보인다"고 했고, 류준열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배우 류준열은 “비슷한 역할이라도 내 방식대로 독특하게 비틀어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배우 류준열은 “비슷한 역할이라도 내 방식대로 독특하게 비틀어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쇼박스

    이후로도 류준열은 관객을 납득시키고 안심시켜왔다. '응팔' 이후 출연한 영화만 15편이다. '더 킹' '택시 운전사' '침묵' '리틀 포레스트' '독전'까지 류준열의 얼굴은 이후 매번 같은 듯 또 달랐다. 돌처럼 탄탄하게 이야기를 받쳐주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물처럼 이야기에 녹아들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줬다. "연기를 하고 나면 제가 봐도 제 얼굴이 바뀌더라고요. 어떤 인물이 들어왔다 나갈지, 제 얼굴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저도 궁금해요."

    "영화 하는 맛, 조금은 알겠다"

    '돈'은 류준열이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67회 차 촬영분 중 60회 차를 출연했다. 영화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어리바리하지만 강직했던 신입 브로커가 '번호표'(유지태)라는 작전 설계사를 만나 거액을 만지면서 달라진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플롯을 지루하지 않게 살려낸 건 류준열의 연기다. 영화 초입과 끝, 그의 눈빛은 완연히 달라진다. 안도감과 아쉬움을 절묘하게 섞은 마지막 장면의 쌉싸름한 미소도 백미다. '돈'에서 류준열과 호흡을 맞춘 유지태가 그를 가리켜 "거목이 될 배우"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준열은 "저를 너무 좋게 봐준 덕"이라면서도 "'돈'을 통해 영화 하는 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 편의 영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촬영하고 추억을 나누는 재미를 알았다고나 할까요. 고사 현장부터 분위기가 남달랐어요. 박누리 감독님은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 황정민·정우성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 감독님들까지 오셔서 '박누리 파이팅!'을 외쳐주셨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영화의 역사가 쌓이면 이런 순간이 오겠지'라는 생각도 했고요."

    류준열은 따라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시간의 힘을 믿는다. "저도 시간이 쌓이면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기겠죠? 절 응원해주는 사람, 돋보이게 해주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그게 배우의 삶이고, 영화 하는 맛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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