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읽기] 春을 즐겨야 回春한다

조선일보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19.03.25 03:10

    계절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봄 온 줄 몰랐다"는 사람 많아
    행복 못 느끼는 현재만 쌓이면 불행한 인생 돼 버릴 수 있어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마음이 찡그려지면 얼굴에도 주름이 잡힌다. 스트레스가 얼굴 주름을 진하게 만든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얼굴만 봐도 마음의 병이 호전되었음을 아는 경우가 많다. 안색이 좋아지고,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얼굴 진단이 틀릴 때가 있는데 보톡스 시술을 하고 오신 경우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도 얼굴은 이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술로 얼굴을 펴주었더니 우울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주름제거 시술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과 마음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신체이형장애(身體異形障碍)는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는 마음에 왜곡을 일으켜 '내 외모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강박적 사고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괜찮다고 하는 말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형수술로 단점을 보완했어도 여전히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낙담하게 된다. 그래서 또 수술을 결심하게 되고 성형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객관적 미모와 주관적 만족감의 불일치가 우울증마저 일으킨다.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미모와 행복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가 있다. 참가자들의 사진을 학생들이 보고 매력 정도를 평가한 후 매력이 높은 군과 낮은 군 사이에 행복 정도를 비교했더니 차이가 없었다. 객관적 미모와 행복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반면 스스로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 만족감은 행복과 비례하였다. 더 멋있고, 더 건강하고, 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행복에 대한 연구는 소유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가 소유 이상으로 행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계절이 느껴지세요'란 질문에 '봄이 온 줄도 몰랐네요'라 답하는 분이 꽤 있다. 현재를 즐기는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음과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주로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는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에 과거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만 지나치게 머물게 되면 우울이 찾아온다. 미래도 중요하다, 대책 없이 미래를 맞아서는 낭패다.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미래에만 가 있으면 불안이 찾아 오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다. 현재가 모여 우리 인생이 되는데 생존을 위해 지나치게 미래와 과거에만 빠져있게 되면 소중한 현재가 질식해 오늘의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행복을 못 느끼는 현재만 쌓이게 되면 불행한 인생이 되어 버릴 수 있다.

    "봄 여행 다녀오셨어요? 아직이시면 하늘 파란 날,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꼭 다녀오세요"라고 진료 오시는 이들에게 말씀드린다. 지독한 미세 먼지 때문에 마음까지 뿌옇게 되어버린 슬픈 봄이지만 그렇기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더 소중해진 지금이다. 봄을 즐기려고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데 자꾸 잡념에 빠져 피곤하기만 했다는 호소들을 한다. 잡념은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만들어진 내용이다. 워낙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다 보니 현재를 즐기는 능력이 약해진 것이다.

    봄을 즐기는 데 잡념이 방해한다면 세 가지 정도 단어를 설정해 놓고 현재의 봄을 즐기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하늘, 자연, 사람이란 단어를 설정하는 것이다. 가볍게 산책하며 먼저 하늘을 보는 것이다. '어제보다 하늘이 더 파랗군'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느껴보는 것이다. '꽃이 활짝 피었네'처럼. 그리고 사람도 바라보는 것이다. '커피 집 사장님 어제보다 표정이 밝으시네'같이. 현재의 봄을 마음으로 느낄 때 얼굴에도 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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