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국방장관, '軍人의 피' 있나

입력 2019.03.25 03:12

양승식 정치부 기자
양승식 정치부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도중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불미(不美)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다시 표현해 보라"고 하자 3초가량 생각에 잠겼다가 "그동안 있었던 충돌 사례들에 대해서…"라고 했다. 북한 도발로 일어난 사건들을 마치 남북 쌍방 책임인 것처럼 표현했다. 백 의원이 "도발인가, 충돌인가"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그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충돌"이라고 했다. 군 내부에서조차 "군의 일반적 인식과 다른 비상식적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북한 도발과 관련한 정 장관의 이상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KBS 신년 기획 프로그램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선(先)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비핵화가)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하며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장관 발언은 문재인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북한을 자극할까 봐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표현도 잘 안 쓰려는 기류가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정 장관은 일선 지휘관 시절 전형적 군인이었다"며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여느 군인처럼 '북한 소행'이며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고위급으로 올라서면서 그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었다. 지난 2017년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서면답변서'를 국회의원실에 돌렸다가 표현을 대거 수정해 다시 배부했다. 최초 답변서에 들어 있던 '북한의 도발' '주적은 북한'과 같은 표현을 대거 삭제했다. 당시 '윗선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이 군인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임 송영무 장관 때 그의 '튀는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던 국방부는 이제 현 장관의 대북 눈치 보기성 발언 해명에 바쁘다. 국방부는 21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전날 장관 발언) 의미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정 장관의 직접 해명은 없다.

국방장관은 북한과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북 도발에 물샐틈없이 대비하고 격퇴해야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불미스럽다'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발언은 군의 수장으로서 그가 국민 안위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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