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닫은 상가, 빈 사무실, 서민 경제 죽어가는 현장

조선일보
입력 2019.03.25 03:18

소상공인 폐업 등으로 서울의 빈 사무실 비율이 작년 4분기에 11.4%로 높아졌다. 2013년 6.4%에서 5년 만에 거의 두 배 뛴 것이다. 강남·강북 가리지 않고 빈 사무실이 급증해 공실(空室) 비율이 20% 안팎에 달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고 한다. 상가 공실률도 2013년 5.5%에서 작년 4분기엔 7%로 높아졌다. 웬만한 불경기에도 불이 꺼지지 않던 논현·청담 등 강남 상권과 이태원·신촌·명동 같은 대표 상권도 공실률이 2~3배씩 뛰어올라 최대 20%에 이르는 곳이 많다. 서울 도심의 인기 지역이 이 정도면 서울 외곽이나 비수도권은 훨씬 더할 것이다. 그만큼 현장의 경기 불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 규모로 늘었다. 쪼들리는 자영업자들이 빚 조달에 나서면서 도·소매업 대출이 9년 만의 최대인 9.7% 늘었다. 자영업 경기 하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이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더욱 찬물을 끼얹었다.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서민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어들었다. 숙박·음식·도소매 등의 일자리가 1년 새 9만개 줄었고, 최하위 20% 소득층의 근로소득은 37%나 감소했다. 텅 빈 사무실과 문 닫은 가게는 잘못된 정책 실험이 만든 정부 실패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소득 주도 정책을 계속 고수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해 출범시킨 경제사회노동위마저 민노총의 폭주에 눌려 표류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때 '기업의 지불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는 대책이 노동계 반대에 부딪혀 개편안에서 아예 빠졌다. 탄력근로제 확대도 민노총이 단위 기간 확대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노총이 배후에서 경사노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데 민노총에 유독 약한 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최저임금도 큰 폭으로 오르고 주 52시간제 보완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 경제는 그야말로 혹한기를 맞게 될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