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장관 구속영장, '靑 블랙리스트' 전모 밝힐 출발점

조선일보
입력 2019.03.25 03:19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의자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산하기관 임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하고 그 자리에 청와대 낙점 인물들을 앉히려 채용 특혜를 줬다는 혐의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이 정부가 과거 정권의 적폐로 비판해 온 대표적 사안이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 장차관 등 수십 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현 정권 장관급 가운데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의 혐의가 바로 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이 일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전 정권 블랙리스트가 유죄라면 현 정권 블랙리스트도 유죄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을 폭로하자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유전자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개입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이번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했고, 법무장관은 '피의 사실을 공표하지 말라'는 공문을 검찰에 내려보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만으로도 청와대·환경부가 특정 인물을 찍어 무기한 감사를 하고 임기 도중 쫓아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영장을 기각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환경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 정부가 대규모로 낙하산을 투하했던 부처들은 따로 있다. 국무총리실·기재부·교육부·통일부·산업부·법무부·보훈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증거와 증언들이 넘쳐나고 있다. 청와대가 대대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장이 '현 정부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330개 공공기관 임원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제대로만 수사하면 블랙리스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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