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18년 부산 토박이, 축구 보러 대구 왔습니다"… '대팍' 투어 열풍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19.03.22 16:13

    지난 17일 대구FC와 울산현대의 K리그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자리에 앉지 못한 관중이 난간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구FC와 울산현대의 K리그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자리에 앉지 못한 관중이 난간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3월 17일 대구FC 대 울산현대 티켓 구매합니다."

    지난 16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매진된 DGB대구은행파크(일명 대팍) 경기 티켓을 두 배 가격 주고라도 사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국가대표 A매치 경기도 아닌 K리그 티켓을 웃돈 주고 사겠다는 글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건 이례적인 일.

    지난 14일부터는 대구FC 유니폼을 구한다는 글도 등장했다. 유니폼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급증하면서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 이미 온라인 상점에서는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오프라인 매장은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유니폼을 사려는 팬들이 줄을 선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야외에 별도로 유니폼 임시 판매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2. "대구 첫 직관 기념 먹부림 다녀왔습니다."(A씨) "18년 부산 토박이, 축구 보러 대구 왔습니다."(B씨)

    최근 인터넷 축구 관련 게시판에는 "대구 직관 투어' '대구 원정 경기 먹부림' 등을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구FC의 열혈팬은 아니지만 '대팍'을 구경하고, 간 김에 대구 맛집도 투어하는 것. KTX가 정차하는 동대구역에서 '대팍'이 있는 북구 고성동까지의 경로 주변에 있는 현지인 선호 맛집들이 주로 목록에 오른다. 중화비빔밥으로 유명한 '일미반점'과 석쇠불고기집인 '단골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최근 외부 팬이 많다 보니 '진짜 대구팬' 인증 글까지 등장했다. 기준은 이렇다. 대구가 연고지면서, 관중 수가 세 자릿수일 때부터 '직관'을 다녔고, 후원 단체인 '엔젤클럽' 초기 회원인 경우에 해당한다.

    엔젤클럽 자동이체 1호로 '진짜팬' 인증 글을 올린 박성수씨는 "중학교 때인 2003년부터 대구 경기를 보기 시작해, 2016년 관중 수가 세 자릿수일 때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직관했다"며 "대구는 (시민구단이니) 잘하는 선수만 지켜도 좋다는 생각에 엔젤클럽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대구FC 엔젤클럽은 "회원 1인당 연간 100만원씩 후원하는 '엔젤', 연간 1000만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이 최근 100명 이상 늘었다"며 "지난 3개월 동안 후원금도 1억3000만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언더도그의 반란'으로 세 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 행렬 중인 대구FC의 인기가 뜨겁다.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린다는 새 경기장 '대팍' 개장 효과에, 한국의 시민 구단이 중국 부동산 재벌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이겼다는 '감동 스토리', 현재 K리그 최고 인기인 골키퍼 '조현우'의 스타 파워, 여기에 1승 2무로 리그 3위인 '경기력'까지 더해지면서 K리그에서 보기 어려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바닥에 발을 쿵쿵 구르는 '발구르기 응원'도 화제가 되며 인기 맛집에 줄을 서듯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다.

    덕분에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이 일대는 2016년 야구팀 삼성라이온즈가 새 구장을 지어 떠나면서 침체됐지만, 최근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스포츠용품 판매 매장은 야구 제품이 사라지고 축구 제품들로 가득 찼다. 인근 카페와 음식점, 대형마트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손님으로 붐빈다.

    대구시는 대구FC의 돌풍을 활용해 축구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으로 중국·일본 관광객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벌써 지난 19~22일 중국 허난성(河南省) 축구협회 관계자와 유소년 축구 선수단 75명이 방한해 축구 경기장과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오는 4~5월에는 '대팍'에서 열릴 예정인 일본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호주 멜버른 빅토리와의 경기를 앞두고 해외 원정응원단을 대구로 유치하기 위해 치맥파티 이벤트 여행상품 등을 히로시마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이러다 보니 광주·부천·성남 등 다른 지역도 '대구 벤치마킹'에 나섰다. 지난 1월 새 전용구장을 착공한 광주FC는 "올 연말 완공이 목표"라며 "우리에겐 대구 구단이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현재 12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으며, 좌석 수는 7000여석이다. 부천도 부천종합운동장 바로 옆 보조경기장에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우선 5000석 규모로 시작해 이후 1만석까지 늘릴 계획이다. 성남FC의 구단주인 은수미 성남시장도 올 초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