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 중동 화약고에 또 불 댕기다

입력 2019.03.23 03:00

52년전 '6일전쟁'으로 시리아서 뺏은 땅, 이스라엘 영토 공식화
총선 앞둔 네타냐후에 큰 선물… 시리아 등 아랍, 유혈사태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 한 줄로 또다시 중동 정세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을 점령한 지) 52년이나 지나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가 됐다"면서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의 지역 안정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 관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도중 손을 잡고 있다.
손 맞잡은 폼페이오·네타냐후 -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 관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도중 손을 잡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가뜩이나 트럼프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아랍 국가들을 들끓게 만들 소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방적으로 이란 핵 협정을 파기했을 뿐 아니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중동 정세를 뒤흔들었다.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 고원을 점령한 뒤 1981년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그러나 유엔은 '전쟁으로 인한 영토 취득은 인정할 수 없다'는 안보리 결의 제242호에 따라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현재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서로 골란 고원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갈등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트윗은 52년간 이어져 온 영토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 표명이다. 유대인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의 이런 입장 표명은 4월 9일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뇌물 수수와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 '하레츠'는 "(다음 달)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네타냐후도 트위터를 통해 "푸림(부림절·유대교 종교 축제로 올해는 3월 20~21일)의 기적"이라며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하기 위한 발판으로 시리아를 활용하려고 하는 이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과감하게 인정했다. 생큐 프레지던트 트럼프"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리아는 강력 반발했다. 후삼 엘 딘 알라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는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과의 외교적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시리아를 착취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다른 아랍 국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 사무총장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앞으로 (골란 고원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아느냐? 지역의 불안정과 유혈 사태다"며 미국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울루 터키 외무장관도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합법화해 준 미국의 시도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반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권 주요 국가들이 (시리아를 지지하는) 이란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아랍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 국가 중 '수니파'에 속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 국가는 '시아파' 맹주 격인 이란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주(駐)이스라엘 미 대사관 평화 협상자였던 마틴 인다이크는 "유엔 규약을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불법 병합을 인정한다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합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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