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바보냐 악당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2019.03.23 03:04

카풀·건보 등 국민 관심사… '자료 없다'는 뻔뻔한 정부
정보는 민주주의의 通貨… 투명한 나라 약속 지켜라

김신영 경제부 차장
김신영 경제부 차장
웬만한 나라에선 이미 궤도에 오른 승차 공유 서비스('카풀') 도입 방식에 대한 대타협을 이뤘다고 여당은 자축한다. 께름칙하다. 카풀 영업시간을 법에다 박아버리겠다는 반(反)시장적 결론이 어이없고 불투명한 합의 과정은 수상쩍다. '카풀 대타협 기구'라고 할 요량이면 택시 업계와 관계가 긴밀한 카카오 외에 다른 승차 공유 회사를 한 군데라도 불렀어야 한다. 게다가 시민 목소리는 누가 대변했나.

야근 후 안 잡히는 택시에 이력이 난 나는 며칠 전 국민으로서 행동에 나섰다. 대타협의 과정을 좀 더 파보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요청 자료는 회의 일시, 참가자, 회의록이었다. 국회는 신청한 지 하루도 안 돼 '국토부 소관'이라고 통보했다. 국토부가 며칠 후 보내온 답은 '정보 부(不)존재'였다. 정보가 없단 뜻이다. 국토부는 이 사안의 주무 부처이자 합의안 서명자다. 회의 기초 정보도 없이 깜깜이로 사인했다? 사실이라면 큰일 날 나라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 기관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정보공개법의 아버지 랠프 네이더는 '정보는 민주주의의 통화(通貨)'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정보가 막힌 민주주의는 파산한다. 이번 정부는 과거 정권의 음험함에 상처받은 국민에게 투명함만큼은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공언하며 출발했다. 4대 국정 전략에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도 올렸다.

하지만 출범 후 2년 동안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지난해 정보 공개 청구 공개율은 45%, 올해는 36%에 그친다. 정보를 안 알려주겠단 이유는 가지가지다. 국토부처럼 그냥 자료가 없다고 잡아떼는 게 흔한 변명이다. 경험을 좀 더 공유한다. 나는 최근 '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 보장 확대) 이후 건강보험에서 병실료가 얼마나 지출됐는지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청구했다가 그런 자료는 없단 통보를 받았다. 또 관제(官製) 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 가맹점이 몇 개인지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물었을 때도 답은 '정보 부존재'였다. 국민 세금 갖다 쓰면서 나 몰라라 하기가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대외비라고 우기기도 한다. 공영방송 KBS의 편파적인 라디오 방송을 듣다못해 제출한 진행자 출연료 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은 '공개 불가'였다. 법인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다. 출연료 공개가 KBS 수익을 어떻게 갉아먹는다는지 모르겠다. 영국 BBC는 매년 고액 출연료 명단을 발표하지만 이 때문에 손해 봤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올해 확 변한 공시지가는 어떻게 계산됐는지, 최저임금 산정 회의에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4대강 보(洑) 해체는 무슨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지…. 국민의 삶과 밀접한 굵직한 사안의 과정·원칙·기준에 대해 정부는 상습적으로 답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의 취업 과정이 석연찮다는 의혹이 나온다면 당연히 국민 관심사인데도 청와대는 이 간단한 ○× 문제조차 답을 안 한다. 아니면 아니라 하지, 의혹 제기자에게 증거를 가져오란다. 이럴 거면 대통령 친·인척 문제는 빼고 투명한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어야 한다.

다양한 악질 사건에 연루된 가수 승리는 엊그제 억울함을 토로했다. "우리는 바보일 뿐이다. 진실을 알아달라." 바보인 걸 안 알아줘 슬프다니 어쩌면 좋은가. 바보인가 악당인가. 요즘 정부를 보면서도 드는 생각이다. 정보가 정말 없다면 바보, 정보를 꿍치고 국민에게 숨긴다면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악당이다. 무엇이 더 문제인가. 선택하기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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