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시험장에 차몰고 가는 사람 골라 '쾅' 30명 갈취한 자해공갈단

입력 2019.03.21 16:04 | 수정 2019.03.21 17:10

운전면허장, 안전교육장 근처서
무면허에 차몰고 온 운전자 대상 자해공갈

운전면허장, 교통안전교육센터 근처에서 무면허 차량을 대상으로 자해공갈을 벌인 일당의 모습. 고의로 차량에 부딪힌 후 쓰러진 공갈단 일행 중 1명이 운전자로부터 부축을 받으며 다리까지 절룩거리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1. 강원도 원주시에서 운전업을 하는 김 모(64)씨는 과오로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면허재취득 제한 기간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7월 18일 오후, 그는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인근에서 50대 남성을 치는 사고를 냈다. 운전면허 재취득일 하루 전날이었다.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며 김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합의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줬다. 남성의 요구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7개월간 30여 차례, 모두 2500만원을 뜯어갔다. 운전면허가 절박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처지였던 김씨는 돈을 뜯기고도 속만 태워야 했다.

#2. 경북 안동에 사는 김종훈(46)씨는 지난해 8월 초순 자신의 차로 도심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다 30대 중반의 남성을 치는 사고를 냈다. 남성은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환자를 병원에 이송시켜 깁스 등 응급치료를 마쳤다. 얼마 후 피해자 삼촌이라며 50대 남성이 다가와 합의금을 요구했다. 사고 당시 무면허였던 김씨는 사고지점에서 8km 떨어진 교통안전공단에서 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은 후였다. 김씨는 경찰 신고는 고사하고 두 남성에게 550만원을 뜯겨야만 했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면허 운전자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57)씨 등 자해공갈단 조직원 6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범행 현장에서 공범 3명을 붙잡은 뒤 달아난 주범 A씨 등을 추적한 끝에 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일당 6명 중 5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7개월 동안 무면허 운전자 30명을 상대로 2억7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 구미, 광주, 포항 등 전국을 돌며 운전면허가 취소된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 수강자와 운전면허 시험 재응시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경찰조사 결과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은 수감 당시부터 범행을 모의하고 출소하자마자 범행 대상 물색조, 환자, 해결사 등으로 역할을 나눠 현장답사와 예행연습까지 하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과 유사한 자해공갈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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