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김정은의 지갑이 말라가는 지금이 기회다

조선일보
  • 송봉선 양지회 회장
    입력 2019.03.21 03:07

    송봉선 양지회 회장
    송봉선 양지회 회장
    북한 김정은은 집권 초 자신이 쓸수 있는 비서실 자금이 예상보다 적은 것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영감(김정일) 때도 이랬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김정은은 중국에 석탄을 수출하는 군 산하 54부 사업을 고모부 장성택이 행정부로 돌려 놓은 것을 알고 격분했고, 그것이 장성택 처형의 단초가 됐다.

    김정은은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통치 자금 40억~50억달러(약 3조8000억~5조6300억원)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고급 승용차, 요트, 주류, 명품 의류·장신구, 고가 식자재 등을 사들여 부하들의 충성도에 따라 살포했다. 또 평양 여명거리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건설사업과 현지지도에서 비자금을 통 크게 사용했다. 김정일의 연간 외화 지출 규모가 3억달러였던 데 반해 김정은은 두 배가량인 6억달러 정도를 썼다.

    북한의 금 수출은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독점 사업이고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2조~3조원의 임금, 해외 식당 운영 수입, 불법 무기 거래 자금, 석탄 수출 등도 비자금의 주요 재원이었다. 그런데 이런 돈줄들이 2016년 이후 다섯 차례의 대북 제재로 막혀 버렸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이 집권 8년 동안 비자금을 탕진한 데다 제재로 재원까지 차단돼 39호실 간부들이 자금 부족을 걱정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가보위성(국정원 격) 간부가 직접 북·중 국경 지역을 방문해 "국가 밀수 무역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외화벌이가 막힌 북한군 소속 무역회사들은 상당수가 회사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39호실 산하 경흥지도국 당위원장 리철호는 지난해 12월 북한 노동당 대내 기관지인 '근로자'(12월호)에 '적대 세력들의 제재 책동'이란 기고문을 통해 노동당 39호실의 외화벌이가 지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2005년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김정일 통치 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했을 때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은 "피가 마른다"고 했었다. 북한 체제는 주민 수십만명이 굶어 죽는 식량난보다 최고 지도자의 통치 자금이 말라붙는 사태를 더 두려워한다. 북한이 제제를 풀어달라고 매달리는 지금이 북핵 폐기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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