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아직도 작년 살림살이 홍보하는 청와대

조선일보
  • 김영진 경제부장
    입력 2019.03.21 03:13

    청와대 홈피엔 '2018 예산안' 수출 좋던 작년 5~8월 실적 홍보
    한국경제 경고 잇따르는데 대통령이 경제 좀 챙겼으면

    김영진 경제부장
    김영진 경제부장
    경제가 찬밥 신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추켜세웠던 기획재정부의 신년 업무보고조차 받지 않았다. 기재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 업무보고들이 줄줄이 밀려났다. 연초도 아닌 3월에, 그것도 서면 보고로 대체됐다. 전직 경제장관은 "신년 업무보고는 관료들이 대통령 얼굴을 보는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라며 "대통령이 어떤 경제정책에 방점을 찍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각오를 다지는 자리인데, 올핸 그런 긴장감을 기대하긴 글렀다"고 했다. 남북문제에 올인하느라 경제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고, 경제관료들 사이에선 "힘 빠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 얼굴인 청와대 홈페이지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엔 올해 경제부처들이 서면으로 올린 업무보고가 한 건도 올라 있지 않다. 12월 20일 여성가족부의 업무보고가 끝이다. 정부부처 업무보고 코너에 내걸린 '국민의 삶을 더 꼼꼼히 살피겠습니다'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민생 대책이 담긴 경제부처 새해 과제들이 쏙 빠져 있는데, 뭘 들여다봤는지 궁금하다. 국민을 대충 살피다 만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정책현안 코너를 들어가 보면 '한눈에 보는 2018년 예산안'이 버젓이 내걸려 있다. 해가 바뀐 지가 언제인데 먼지 낀 작년 살림살이를 홍보하고 있다. 대통령이 경제를 챙기지 않는데 누가 나라 곳간을 챙기겠나 싶다.

    숫자로 읽은 우리 경제라는 코너엔 다소 황당한 숫자가 등장한다. '사상 최초 4개월 연속 500억달러 총수출 기록'이란 작년 5~8월 통계를 인용한 글과 함께 작년 상반기까지 수출 실적 그래픽을 올려놓고 '수출은 괜찮습니다"고 자랑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해 온 나라가 초비상인데, 청와대는 사상 최고 수출 실적을 낸 작년 통계를 쏙 빼서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부 통계자료를 활용해 국가 경제가 좋다고 주장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조선업 실적이 잠깐 좋아지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해 생뚱맞다는 얘기를 들었고, 지난 19일엔 반짝 좋아진 생산·소비·투자 지표로 "국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 싶은 경제 통계만 보는 게 습관처럼 반복되는 건 아닌가.

    지금 우리 경제는 반짝 통계로 덮을 수 있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IMF의 권고를 청와대는 되짚을 필요가 있다. IMF는 빠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우려스럽다고 했고, "한국 경제에 중·단기적 역풍이 불어닥친다"며 경고했다. 최악의 고용 참사를 불러온 최저임금을 손질하고 소득주도성장에 메스 좀 대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손쉬운 선택을 하려 한다. 한국 경제가 2.6~2.7% 성장하려면 GDP(국내총생산)의 0.5%, 즉 9조원의 추경 예산이 필요하다는 IMF 권고에 솔깃한 것 같다. 쓰레기 줍는 노인 일자리나 강의실 불 끄는 청년 일자리 같은 땜질형 현금 살포를 재탕 삼탕한다면, 경제는 더욱 골병들 게 뻔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세상에 없는 경제실험을 하면서 서민들을 구렁텅이로 내몬 데 대해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이제라도 경제를 챙겨야 한다. 작년 통계로 경제를 홍보하는 청와대 홈페이지는 얼마 전 해외 순방 다녀온 대통령 모습으로 가득하다. 북한도, 정상외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를 걱정하고 챙기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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