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 3국 순방을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말이 아닌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말을 건넨 것으로 19일 뒤늦게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슬라맛 소르'라는 현지어로 인사를 건넸다. 청와대는 당시 이 표현이 말레이시아의 오후 인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표현은 말레이시아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 표현이다. 말레이시아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탕(Selamat petang)'이다. 문 대통령이 발음한 '슬라맛 소르'도 인도네시아어 '슬라맛 소레(Selamat sore)'의 영어식 발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총리 궁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부 학자가 소셜미디어 등에서 '문 대통령 발언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단어 선택 하나도 신중해야 하는 정상급 회담에서는 일어나기 좀처럼 어려운 큰 실수"라며 "더군다나 신남방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정부로선 뼈아플 것"이라고 했다.

이경찬 영산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표현도 잘못이지만, 현지 국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한때 소규모 전쟁까지 벌인 국가이며, 영유권 분쟁과 불법 체류자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작지 않은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어 통역이 있었거나, 제대로 된 대사관 직원이 한 명이라도 대통령 기자회견문을 일별했다면 표현을 바로잡아 주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떻게 오류가 생겼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15일 문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캄보디아를 소개하는 공식 페이스북 글에 캄보디아가 아닌 대만의 국가양청원(國家兩廳院) 사진을 올린 뒤 '친절한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3국 세 번째 순방지, 캄보디아'란 제목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