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생활비' 내로남불

조선일보
  • 임민혁 논설위원
    입력 2019.03.20 03:16

    지난 정부에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생활비'는 야당이 툭하면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은 "조 후보자는 연간 7억50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월 75만원도 안 쓰는 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했다. 정권 말 국정 농단 사태 때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조 장관 씀씀이 유명하지요. 연간 5억원, 여성부 장관 시절에는 연 7억5000만원"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장관이 "과거 청문회에서 설명했는데…"라고 하자 박 의원은 "명백하지 않다"며 말을 잘랐다.

    ▶당시 민주당의 '연 생활비 5억~7억원' 계산법은 이렇다. '5년간 부부 합산 근로소득이 32억원인데 재산은 4억원 감소했다. 그러니 둘을 합한 36억이 모두 '생활비'라는 것이다. 조윤선은 "그 돈을 부부가 다 쓴 게 아니다. 세금, 시댁·친정 보조비 등을 빼야 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에 비해 지출이 많은 건 맞지만, 민주당 주장은 부풀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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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 공직자는 소득에 비해 재산이 많이 늘었을 때 문제가 된다. 야당이 부동산 투기나 편법 증여 같은 부도덕한 방식을 쓴 것 아니냐고 따진다. 그런데 조 장관처럼 재산이 많이 늘지 않았는데 논란이 된 건 이례적이었다. 민주당이 '생활비 과소비'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개척'했다고들 했다.

    ▶그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영선 의원이 거꾸로 그 '생활비'의 타깃이 됐다. 한국당은 "최근 5년간 박 후보자 부부 합산 소득이 33억원인데 재산 증가액은 10억이다. 차액이 23억이니 매년 평균 4억6000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조윤선을 몰아붙이던 방식 그대로다. '부메랑'이다. 박 후보자는 "세금 빼면 1년에 1억6000만원 정도 쓴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당은 과거 사례를 들며 '박영선식 내로남불 씀씀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논문 표절'에서도 자기 말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그는 야당 원내대표이던 2014년 당시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논문 표절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결국 낙마시켰다. 그런데 박 후보자도 석사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해당 대학은 몇 년 전 공문에서 "일부 표절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독자적 연구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를 근거로 "다 해명됐다"고 했다. 하지만 공수(攻守) 처지가 바뀌었다면 아마도 "표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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