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군복 입고 쇼' 진심은 뭔가?

입력 2019.03.19 03:13

최승현 정치부 차장
최승현 정치부 차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방 군부대 방문을 비판했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는 2015년 당시 문 대표가 천안함 폭침(爆沈) 5주기를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부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라고 썼다. "제발 야당이 포지션 전략이라는 허깨비에서 벗어나 국방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도 썼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당시 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기울어져 있었다. 같은 해 펴낸 대담집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안 했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사과를 받아내느냐"고도 했었다. 그런 김 후보자가 보기에 당시 군복을 입은 문 대표가 해병부대를 찾아 야당 대표로는 처음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며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모습은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김 후보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2010년 5월 민관 합동 조사단이 북한 어뢰로 천안함이 폭침됐다고 발표했을 때, 당시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한 달 뒤 국회가 천안함 대북 결의안을 의결할 당시엔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70명 중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좌초설, 기뢰 폭파설 등 온갖 음모론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2013년이 돼서야 비로소 당 대변인이 북한 사죄를 요구했고, 그로부터 2년 후 문 대표가 직접 북한에 책임을 물었다. 그 와중에도 설훈 의원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과거 글이 지금 의미심장한 건 이후 북한 도발 문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소극적 행보 때문이다. 2017년엔 유력 대선 주자, 2018년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었지만 천안함 폭침·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사건 희생 장병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권을 잡은 뒤엔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북한의 과거 도발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는 식이었다. 김정은과의 갈등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김 후보자의 글은 이 시점에 뒤집어 생각해보면, 당시 안보 의식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던 제1야당과 그 대표의 다급한 전방부대 행보가 '겉치레'에 가까웠다는 본질을 짚어낸 것일 수도 있다.

천안함 폭침 9주기와 서해 수호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우리 장병들을 기억하는 일은 김정은의 환심을 사는 일보다 당연히 소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진심 어린 추모로 김 후보자의 무례한 '군복 입고 쇼' 주장이 그릇됐다는 사실을 몸소 반박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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