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나경원 연설'을 본 사람들이 갸우뚱하는 이유

입력 2019.03.19 03:15

연설에 독한 내용 수두룩했는데 '金 수석대변인'에 발끈한 與黨
연동형 비례제로 제1 야당 '포위'… 중간 없이 극단으로 가는 獨走政治

최재혁 정치부 차장
최재혁 정치부 차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주 국회 연설이 어떤 의미로든 화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국회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는지 궁금해서, 태어나 처음으로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동영상을 찾아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중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는 대목에서 왜 그렇게까지 흥분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들도 꽤 있다.

그날 본회의장 상황이 상징하는 바는 작지 않다. 정치권 인사들은 "의기소침해 있던 보수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의미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친문(親文) 핵심부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내년 총선까지 역대 최악의 대치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당의 정국 운영 방식은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이후 거칠어졌다. '삼권분립 훼손'이란 비판이 수학 공식처럼 예상됐는데 재판부를 공격하고 법관 탄핵까지 추진했다. 그때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타결 기대감이 살아 있을 때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감소, 중산층 붕괴, 자영업자 몰락, 산업경쟁력 약화는 구조적 원인으로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던 것은 1~3차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빅이벤트가 경제 분야 실패를 상쇄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은 지지대 역할을 해 왔던 북한 카드를 당분간 쓸 수 없게 됐다는 걸 의미했다. 이달 들어 문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여당이 과잉 대응한 것은 바로 그런 아픈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 대표 연설에는 더 독한 내용이 많이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위헌(違憲)'으로 규정했고, 외교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라고 평가절하했다.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정부)",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 사상독재, 이념독재, 역사독재"라고 후벼 팠다.

그럼에도 청와대·여당은 가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태도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 동남아 순방을 다녀오는 동안 국내의 대통령 측근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을 놓고 일본 탓, 한국당 탓에 나중에는 미국 민주당 탓까지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추호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 언급했던 '친일파 청산' 프레임이 작동했다. 친북배미(親北排美)를 비판하면 '친일파 아니냐'는 공격이 가해졌다.

이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매개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범(汎)여권 블록'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당 포위 전략이다.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내부의 이견으로 민주당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큰데도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은 이참에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꼼수'란 지적이 나온다.

중간이 없는 정치는 극단을 부르게 된다. 여당이 '지지층'을 쳐다보면서 초강경으로 나간다면 야당도 그만큼의 반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원내대표 연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앉아서 당하진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1 야당을 배제한 패스트트랙 추진은 재고하고 정개특위 논의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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