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10%, 800만명이 채식주의… 로션·세제 등 생활용품으로 확산

조선일보
  • 베를린=김현진 탐험대원
  • 취재 동행=양모듬 기자
    입력 2019.03.18 03:08 | 수정 2019.03.18 03:10

    [청년 미래탐험대 100] [7] 유럽 채식의 성지 베를린
    '초보 채식주의자' 22세 김현진씨

    독일 베를린의 비건 신발 매장 '아베수'에서 비건 구두를 살펴보고 있는 탐험대원 김현진씨.
    독일 베를린의 비건 신발 매장 '아베수'에서 비건 구두를 살펴보고 있는 탐험대원 김현진씨. /김지호 기자
    독일 베를린의 비건(철저한 채식) 카페 '노밀크투데이(No Milk Today·오늘은 우유 없이)' 창업자 에바 레히아우씨가 접시에 담은 연어 샐러드를 내왔다. 비건 카페에서 연어라니, 의아해하자 그는 "비건이 맛없다는 건 잘못된 편견이다. 일단 잡숴보라"고 했다. 이 '가짜 연어'는 얇게 자른 당근에 훈제향 소스, 레몬즙 등으로 양념을 했다고 한다. 진짜 연어와 같은 가격에 같은 맛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스물두 살 대학생이다. 처음 채식을 시작한 계기는 다소 뻔했다. 동물 보호. 고민 끝에 올해 1월 1일 "나 오늘부터 고기 안 먹어"라고 선포했다. 한국에서 채식한다고 하면 불편해하는("너 때문에 메뉴 고르기 어렵다")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찾은 베를린에선 채식이 '초(超)메가 트렌드'였다.

    채식 관련 NGO인 '프로벡'에 따르면, 독일의 채식 인구(계란 등은 먹는 덜 철저한 채식주의자 포함)가 약 800만명이란다.(독일 인구가 8000만명 남짓인데.) 독일 채식은 단지 음식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방식이 '미래에 대한 배려'라는 키워드 아래 기술과 결합하고 문화로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①탐험 첫날 유럽의 첫 비건 체인 수퍼마켓 '베간츠(Veganz)'에 갔다. 진열대에 놓인 상품마다 초록색 V 자가 찍혔다. 참마로 만든 새우, 채식 냉동 피자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은 채식 재료라는 뜻이었다.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은 로션·세제 같은 생활용품도 많았다. 창업자 얀 브레닥은 "비(非)비건 음식보다 더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브레닥의 추천으로 수퍼마켓 2층의 채식 스시 바에서 점심을 먹었다. 빨간 콩을 으깨 빚은 '가짜 참치'를 얹은 초밥이 나왔다. 내가 아는 참치의 맛과는 달랐지만, 어색한 식감은 아니었다.

    베를린에서 열린 채식 요리 수업에서 다국적 수강생들이 컬리플라워 구이를 만들고 있다.
    베를린에서 열린 채식 요리 수업에서 다국적 수강생들이 컬리플라워 구이를 만들고 있다. /김지호 기자
    ②베를린의 채식 레스토랑 굿뱅크에서 만난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분홍색 LED 불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유리 냉장고가 보였다. 유리 냉장고 안은 7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층마다 샐러드용 녹색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땅에서 (수평으로) 작물을 키우는 전통적인 농사법과 달리 건물 안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수직 농장이라고 했다. 샐러드를 주문하니 여기서 수확된 채소가 그릇에 담겨 '내 식탁'으로 왔다. 수직 농장을 만드는 회사 '인팜'의 마르틴 베버 CFO는 "수직 농장을 사용하면 전통적인 농사 방법보다 물 사용량을 95%, 비료는 7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식에 빠진 독일 젊은이 그래프

    ③독일 중서부 브레멘 근처에 있는 비오준(Biozoon)은 3D 프린팅 기술을 음식에 접목한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 회사다. 음식의 원료를 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올린 다음, 차게 굳히거나 젤리로 덮어 모양을 잡는다. 비오준 관계자는 "이미 당근·감자·치킨·돼지고기 같은 음식을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야채나 고기를 길러 먹는 대신 벽돌 찍듯 찍어 먹는다? 이건 인류의 수만년 음식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 아닌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은 '프린터 음식'이 2023년까지 5억2000만달러(약 5900억원) 규모로 성장하리라고 전망한다.

    독일의 채식은 첨단 중의 첨단이었다. 비빔밥·김치같이 채식 메뉴가 많은 한국이야말로 세계를 겨냥한 채식 산업에 도전해 봄 직하단 생각이 들었다. 환경과 맛이 어우러지고 있는 독일의 이유 있는 행보를 같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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