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변해야 한다]빅뱅 승리 스캔들, 2세대 아이돌의 몰락

  • 뉴시스
    입력 2019.03.17 10:15

    가수 정준영과 승리 밤샘 조사 받은 후 귀가
    '버닝썬'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속속 터져나오는 온갖 추문의 근원지인 버닝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K팝 2세대 아이돌 그룹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룹 '빅뱅' 승리(29), 밴드 'FT아일랜드' 최종훈(29), 밴드 '씨엔블루' 이종현(29), 그룹 '하이라이트'(옛 비스트) 용준형(30)들이다.

    이들은 아시아 위주로 한류를 알린 1세대 아이돌의 바통을 이어 받아 인터넷을 타고 세계 전역에 K팝을 알렸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이들인 만큼, 뛰어난 노래·춤 실력과 자작곡 능력 그리고 스타일까지 겸비하며 한류 팬들의 환심을 샀다.

    하지만 이들이 데뷔 10년을 넘긴 시점에서 '버닝썬 스캔들'이라는 어두운 이면이 드러났다. 일부 외신은 K팝 산업을 공장에서 노래와 춤을 찍어 내는 공장 같다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겉보기에 완벽한 포장으로 이를 일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속이 썩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지금은 힘에 부친다. 포장지만 우수하다고, 무마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의 명과 암

    2세대 아이돌의 수준 높은 춤과 노래는 혹독한 트레이닝의 결과물이다. 인성은 뒷전이고 실력과 연예인 자질로 평가 받고, 이런 점이 발전하지 못하면 질책을 받는다. 빅뱅 멤버들은 데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

    멤버들의 인성이나 마음의 평안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준영은 아이돌 연습생은 아니지만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쳤다.

    데뷔해서 인기를 누리는 '성공한 아이돌'들은 도취감에 사로잡힌다. 자신과 소속사의 명성·부를 이용해 방송사는 물론 정치·경제·사회과 결탁, '연예 권력'이 생기고 거침이 없어진다. 최종훈은 자신의 음주운전 보도를 무마해달라고 경찰에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승리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요식업과 클럽 운영 등에 뛰어 들어 사업가로서 면모를 뽐냈다. 매일 호화파티를 열며 '잘 놀고 잘 버는' 쿨한 점을 강조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자신의 이름을 합성한 '위대한 승츠비'로 불리기를 좋아했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오리 새끼' 등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이런 모습이 강조됐다. 승리는 '승츠비'를 상표출원 했다.

    그나마 여기서 그치면 다행인데, 승리는 더 자극적인 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해외 투자자 상대 '성 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괴물적 행태를 빚어낸 것은 승리 혼자 힘 만이 아니다. 소속 가수의 일탈을 알고 모른 척 하거나 눈을 감은 기획사 책임도 크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대등한 관계로 올라선 빅뱅 지드래곤(31)처럼 되기까지 연습생들은 뒤흔들린다. 아이돌 지망생은 1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아이돌로 데뷔하는 이들은 수백명에 불과하고 그 중 스타가 되는 경우는 수십명뿐이다.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성공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형 기획사가 절대 권력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연예기획사가 대부분 이런 구조인데 승리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일부 2세대 아이돌의 일탈로 인해 K팝은 결정타를 맞았다. 외신들의 잇따른 부정적인 보도가 보기다. 미국 AP 통신은 승리·정준영이 경찰에 출석한 현장을 보도하며 "이번 스캔들은 한국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고 썼다.

    비주얼은 화려하지만 깨끗하면서 겸손한 이미지의 K팝 스타를 선봉으로 한 한류를 앞세워 외교 무대에 나섰던 정부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스캔들에 관해 "K팝 아이돌이 실제 얼마나 깨끗한가라는 질문을 야기했다"고 꼬집으며 K팝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문용민(필명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도 "선량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를 K팝에서 찾던 이들이 있고 그들에게 있어서는 K팝이라는 완벽한 환상체가 깨진 것이기에 산업에 타격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예전부터 해외 팬들은 K팝의 성차별적 콘텐츠를 예민하게 비판해왔지만 사실 팝 콘텐츠라는 건 100가지 중 49가지가 싫어도 51가지가 좋으면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것"이라면서 "그 균형점이 변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2세대 아이돌들로 인해 소속 그룹은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승리와 최종훈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빅뱅과 FT아일랜드는 사실상 공중 분해될 분위기다. 4월 입대를 앞둔 용준형은 팀 자퇴를 선언했는데 하이라이트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군 복무 중인 이종현은 은퇴 언급 없이 활동중단을 선언했으나, 팬들이 씨엔블루에서 퇴출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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