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협박 시작 北, 애초에 핵 포기 뜻 없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3.16 03:09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가진 긴급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최 부상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향후 행동 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최선희 말은 50년 된 영변 고철 시설 이상은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영변 플루토늄, 우라늄 시설은 이미 북핵 생산의 주축이 아니며 대외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 그것을 내주고 대북 제재의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의 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핵 보유 인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결단을 내렸다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탄두 등 핵심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시 대화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협박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비핵화 쇼'로 핵 보유를 굳히려는 전략이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우리 특사단과 미국 측 관계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 "뭐 하러 핵을 쥐고 고생하겠느냐" "내 자식들까지 핵 짊어지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들은 모두 마음에 없는 헛말이었음이 드러났다. 미국 정보 당국 수장 전체가 이 사기극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제 트럼프도 알고 있다. 한국 정권도 이미 오래전에 알았을 것이다. 다만 모른 척하며 국민을 속이려 했을 것이다.

속임수가 통하지 않으면 판을 깨겠다고 협박하고 나오는 것이 지난 25년 동안 반복적으로 북한이 써온 수법이다. 북한은 핵실험은 더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수소폭탄급의 폭발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핵실험은 공들여 생산한 핵물질의 낭비가 된다. 다만 미국이 싫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계속 저울질하면서 미국의 신경을 건드릴 것이다. 경우에 따라 실제 발사를 통해 판을 깨고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 할 수도 있다.

북의 이런 뻔한 전술에 더 이상 당해서는 안 된다. 북은 선을 넘는 장난을 할 수 있어도 결코 마지막 선을 넘지는 못한다. 김정은이 잃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대북 감시에 빈틈이 없도록 하면서 제재를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 제재의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확대될 것이다. 북핵 폐기는 우리의 인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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