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승리·정준영과 ‘경찰총장’, 무슨 관계인가

입력 2019.03.15 19:00


아이돌 한류 스타라고 부르는 빅뱅의 멤버 승리, 그리고 가수인지 방송전문 개그맨인지 경계가 모호한 정준영, 이 두 사람이 아침에 모든 신문 1면 사진을 장식했다. 이들이 누구인지 몰랐던 어르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벌였다는 일 때문에 우리 사회가 깜짝 놀란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어떤 유튜브 방송에서는 이들을 ‘쓰레기’라고 불렀다. 과연 그런가. 이들을 즐기고, 이들이 출연한 TV 예능 프로를 보고, 이들에게 기대어 지내온 방송계와 우리 사회는 스스로 돌아볼 때 추악한 일면은 없는가. 우리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즐겨온 관음증 환자는 아닌가.

또 하나, 이들을 비호한 세력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나눠온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 일은 어제오늘 경찰에 포착된 게 아니다. 수사당국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에 알고 있었고, 수사한 적도 있는데, 이것을 일부러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이들 대화방에는 "옆 업소가 우리 업소를 찌르려고 하는데 경찰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는 내용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흡사 부패한 경찰관들을 그린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경찰총장’이라면, ‘경찰청장’을 잘못 쓴 것 같은데, 경찰청장은 우리 경찰의 최고위 총수다. ‘담당 형사’도 아니고, ‘수사 반장’도 아니고, ‘형사 계장’도 아니고, ‘수사 과장’도 아니고, ‘경찰 서장’도 아니고, 가장 높은 꼭대기 ‘경찰청장’이다. 그들이 경찰 내 서열과 계급을 잘 알지 못해서 한 말처럼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경찰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대화 내용이다.

그러자 현직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기자들과 만났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그런 내용이 있어서 확인 중"이라고 했다. 뭔가 대단히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성범죄와 마약범죄를 저지르는 톱스타들의 뒤를 봐주는 검은 손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이들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누군가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 그 사람이 청장이든, 총장이든, 경찰 내부에 있는 고위직 인사일 수도 있다. 김광일의입이 알아본 바로는 ‘총경급’, 그러니까 경찰 계급으로 봤을 때 ‘경찰 서장’ 쯤에 해당하는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피해 여성을 변호해온 방정현 변호사는 제보를 받기도 했는데, 방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을 제쳐두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가 신고를 했다. 왜 변호사는 경찰 검찰 수사기관을 믿지 않고 국민권익위를 찾아갔을까. 과거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2016년 정준영 씨가 여자 친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건을 수사할 때 경찰이 보인 태도가 석연치 않다. 사실로 확인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당시에 담당 경찰관은 정준영 씨가 휴대전화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이런 말을 했다. "정준영 씨가 혐의를 시인하니, 시간도 없는데 ‘기계가 낡아서 데이터 복구가 안 된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

이걸 보면, 정말 부패한 경찰관 영화는 ‘저리 가라’다. 경찰이 적극 나서서 내막을 수사하기는커녕, 아니면 포렌식 업체가 결과를 통보해보기를 기다리기는커녕, 경찰이 앞장서서 증거물 제1호에 해당하는 휴대폰 내용을 없애려 한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떤가. 지난해 말 경찰이 포렌식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을 때 검찰이 반려했다. 검찰은 왜 그랬을까. 검찰의 행동도 정말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검찰은 처음에는 "포렌식 업체 대표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영장을 다시 신청하자 "무혐의로 끝난 사건과 같은 동영상일 수 있다"는 이유로 또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검찰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었던 것일까. 검찰총장이 가만 있으면 안 될 사안이다. 저들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헷갈린 나머지 ‘경찰총장’이라고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유명짜한 룸살롱이나 클럽에는 유명 연예인, 그리고 조폭, 정치인, 검찰·경찰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가 많다. 이번 사건은 흡사 고구마 줄기처럼 그 검은 유착 고리가 벗겨질지 관심이다. 히로뽕과 대마초, 그리고 ‘물뽕’ 같은 마약이 거래됐던 정황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지금 현재 우리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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