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도 넉달 미뤘다, 두 남녀 '춤의 격돌'

조선일보
  • 양승주 기자
    입력 2019.03.15 03:02 | 수정 2019.03.15 10:07

    이영철&장혜림
    국립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서 같은 날 작품 올리는 부부 무용가

    "맞대결요? 저희는 그저 상대 공연을 보러 갈 수 없어서 아쉬운 걸요. 하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 신혼부부에게 '이간질'은 통하지 않았다. 발레리노이자 안무가인 이영철(41·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과 한국무용 안무가인 장혜림(33·나인티나인 아트컴퍼니 대표) 부부는 이달 29~31일 국립발레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첫 작품에 각각 안무작을 올린다. 이영철은 국립발레단의 갈라 공연 'Dance into the Music'에 자신의 안무작인 'The Dance to Liberty'를 올리고 전체 공연의 해설도 맡는다. 장혜림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올해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스웨덴 커넥션Ⅱ'의 객원 안무가로 선정돼 스웨덴 무용수들과 신작 '제(祭)'를 공연한다. 지난해 11월 부부가 된 이들은 "작품 준비 때문에 여태 신혼여행도 못 갔다.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도 자꾸만 무용 이야기로 샌다"며 웃었다.

    발레와 한국무용에서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맹활약하는 이영철(오른쪽)·장혜림 부부.
    발레와 한국무용에서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맹활약하는 이영철(오른쪽)·장혜림 부부. 4개월 차 신혼부부인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배경 덕에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이자 조언자가 된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부부의 작품엔 '노동'이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이영철의 'The Dance to Liberty'는 19세기 유럽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노동자들로부터 비롯된 탱고의 유래를 모티브로 안무를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먼 타지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노래였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모던 발레로 풀어냈죠. 탱고와 발레의 만남이 색다를 겁니다." 장혜림의 '제'는 춤이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제사 의식이라는 모티브로 현대의 삶에서 노동의 시간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작품.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스웨덴 스코네스 댄스시어터로 파견돼 제작했고, 이달 초 현지에서 '코리아 커넥션'이란 타이틀로 공연돼 6회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외국 무용수들이 한국의 정서를 흡수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죠. 묘한 감동이 느껴질 겁니다."

    기형도의 시 '빈집'을 현대 발레로 풀어낸 이영철의 첫 안무작 '빈집'(위).
    기형도의 시 '빈집'을 현대 발레로 풀어낸 이영철의 첫 안무작 '빈집'(위). 아래 사진은 장혜림이 스웨덴 무용단과 함께 만든 신작 '제(祭)'. /국립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
    두 사람은 각각 발레와 한국무용에서 정상급 기량을 지닌 무용수다. 이영철은 고교 시절 백댄서로 활동하다 뒤늦게 발레를 시작, 2002년 국립발레단에 코르 드 발레(군무)로 입단해 7년 만에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2015년 국립발레단의 단원 대상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첫 작품 '빈집'을 선보인 뒤 안무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장혜림 역시 국립무용단 인턴 단원 시절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춤, 춘향'의 주역으로 발탁됐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 안무가가 오랜 꿈이었다는 그는 2014년 '나인티나인 아트컴퍼니'를 창단해 안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안무를 시작하고 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더라. 맡은 부분만 잘하면 되는 무용수 때와 달리 작품을 큰 그림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선한 눈매와 조곤조곤한 말투가 닮은 두 사람의 '오작교'는 국립발레단 출신 안무가 유회웅. "회웅이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니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아마 소개팅은 안 할 것'이라던 사람이 아내였어요.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자리에 제가 우연히 나타난 척해서 처음 만났죠."(이영철) "결혼 직전에야 그 만남이 둘이서 꾸민 일이란 걸 알게 됐어요.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죠."(장혜림) 무용수로서도 안무가로서도 서로에게 훌륭한 조언자라는 두 사람은 앞으로 함께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단다. "발레와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공동 안무를 할 수도 있고, 서로의 작품에 무용수로 출연할 수도 있겠죠. 어떤 신선한 작품이 나올지 저희도 기대됩니다."


    ▲Dance into the Music=29~31일 서울 LG아트센터

    ▲스웨덴 커넥션Ⅱ=29~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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