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처럼… 나라 위해 목숨 거는 정치인 있나"

조선일보
  • 이한수 기자
    입력 2019.03.15 03:02

    이태복 前 보건복지부 장관, 윤봉길 의사 삶 다룬 평전 펴내

    우연한 사건이 평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태복(69) 매헌윤봉길월진회 회장은 "인간의 일생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했다. 예산중 2학년 때 윤봉길 의사 글을 읽었다.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중 '부모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 더 강의(剛毅·의지가 굳세고 강직해 굽힘이 없음)한 사랑'이란 말이 가슴에 박혔다. 이 회장은 "윤 의사 말을 떠올리며 나 역시 투사의 길을 걸었다"면서 "윤봉길 이야기만 나오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이태복 월진회 회장은
    이태복 월진회 회장은 "윤봉길 의사처럼 몸을 바치는 사람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많아야 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이 회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7년 4개월 옥고를 치렀고,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복지노동수석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지금은 사회복지 법인 인간의대지 이사장으로 일한다. 윤 의사를 기리는 월진회 회장은 작년부터 맡았다.

    최근 윤 의사의 삶을 정리한 '윤봉길 평전'(동녘·작은 사진)을 냈다. 책에서 논쟁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의거는 윤봉길이 김구의 지시를 받아 행한 게 아니라 안창호 계열 독립운동가들과 거사 계획을 세우고 주체적으로 결단한 일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윤 의사가 김구 선생의 한인애국단에 가입해 선서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폭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봉길 평전'
    주요 근거로 김광이 1933년 쓴 '윤봉길전'을 들었다. 김광은 안창호가 이끈 흥사단의 단우(團友)였으며 윤봉길과 거사 직전까지 한방을 쓴 인물이다. 이 회장은 "2011년 처음 자료를 접하고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광은 '윤봉길전'에서 '여러 애국 동지들과 혁명 활동 계획을 세웠다'고 썼다. 윤봉길이 상하이 체류 당시 교유한 사람은 대부분 안창호와 밀접한 사람들이었다. 안창호는 청년들에게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 헌병대의 신문(訊問) 기록도 달리 해석한다. 윤봉길은 신문에서 이유필과 거사를 모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유필은 안창호의 측근이다. 윤봉길의 진술은 그동안 김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돼 왔지만 이 회장은 이유필과의 거사 모의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신문 기록 등을 종합하면 윤 의사는 이유필 등과 당초 4월 24일 일왕의 교육칙어 기념행사 때 거사하려 했다가 폭탄을 마련하지 못해 연기했고, 다시 김구의 도움으로 폭탄을 확보해 4월 29일 일왕 생일인 천장절 행사에서 거사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그렇다고 해서 김구 선생의 평생에 걸친 독립운동 활동이 폄훼되는 것은 아니다"며 "상하이 의거는 윤 의사의 살신성인의 투쟁 의지, 안창호 등 독립지사들의 노력, 김구 선생의 적극적인 안내가 어우러져 안중근 의거 이후 최대 성과를 낸 의열 투쟁"이라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목숨 걸고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권력에 취해 출세에만 관심을 쏟을 뿐 진보나 보수나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사랑의 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윤봉길 의사의 정신이 우리 사회 문제를 돌파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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