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서울이 14% 올라 12년 만의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는 등 일부 지역은 인상 폭이 컸다. 경기도 과천(23%)·분당(18%), 광주 남구(18%), 대구 수성구(12%) 등도 두 자릿수 인상률이 적용됐다. 전국 공동주택 30%의 공시가가 평균 이상으로 올랐고, 8.9%는 15% 이상 인상됐다.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시세 12억원 이상 주택 중에선 보유세가 20~30%씩 뛰는 곳도 속출할 전망이다.
실거래가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다. 보유세 인상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집 하나 갖고 살며 이사도 하지 않은 중산층에게 갑자기 늘어난 100만원 이상의 추가 세금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은퇴자처럼 다른 소득이 없는 가구주에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된 지역은 대개 재건축·재개발이나 정부·지자체의 개발 계획 때문에 집값이 오른 곳이다. 매매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살던 집은 그대로인데 세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아파트 거래가 위축돼 집을 팔기도 쉽지 않다. 보유세를 올리려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 때 내는 거래세는 내리는 것이 맞지만 도리어 양도세를 강화해 퇴로를 막았다. 우리의 부동산 보유세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지만 거래세 부담은 훨씬 높다. 양도세율이 최고 42%에 달하고 집값의 1~3%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세금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렇게 세금이 오른다고 해도 그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인다는 믿음이 있다면 감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국민 세금을 헬리콥터에서 뿌리듯 하고 있다. 54조원 일자리 예산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총선 때 표 얻겠다며 타당성 조사도 없이 묻지마 식으로 전국에서 세금 24조원짜리 토건 사업을 벌이고 좁은 국토에 국제공항을 여러 개 짓는다고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짜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납세자가 세금 인상에 고개를 끄덕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