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한테 들려주는 이야기, 전세계 팔로어 35만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9.03.14 03:41

    '인스타 스타' 이찬재·안경자 부부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출간
    손자 그리워하며 그림 작업 시작, 남편이 그리면 아내는 글 써… BBC·가디언 등 해외 언론도 주목

    "3월 1일은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과 전 세계를 향해 독립을 외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 1919년 3월 3일 고종 황제의 장례식 날을 전후로 국민은 한데 뭉쳤단다."

    이찬재(77)·안경자(77)씨 부부는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3·1운동 100주년에 관한 글과 태극기 든 시위대 그림을 올렸다. 2만1400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한국어·영어·포르투갈어 댓글 250여개가 달렸다. 부부는 팔로어 34만5000명을 둔 '인스타그램 스타'다. '손자들을 위한 그림(@drawings_for_my_grand children)'이라는 계정 이름처럼 포스팅 내용은 한국의 역사, 야생동물의 생태, 부부의 옛날이야기 등 세 명의 손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남편 이씨가 그림을 그리면 아내 안씨가 글을 쓴다. 수채물감으로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을 이씨가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 디지털로 변환하고, 안씨의 글을 아들이 영어로, 딸이 포르투갈어로 번역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찬재(왼쪽)·안경자 부부는 “손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우리 작업의 소재도 변한다”고 했다. 들고 있는 그림은 왼쪽부터 공룡 등에서 미끄럼을 타는 세 손자, 두 외손자의 뒷모습, 엄마와 놀고 있는 친손자다.
    이찬재(왼쪽)·안경자 부부는 “손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우리 작업의 소재도 변한다”고 했다. 들고 있는 그림은 왼쪽부터 공룡 등에서 미끄럼을 타는 세 손자, 두 외손자의 뒷모습, 엄마와 놀고 있는 친손자다. /이태경 기자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씨 부부는 최근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수오서재)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 살지만 부부는 1981년 브라질 이민을 떠나 2017년 10월까지 36년간 상파울루에 살았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 2015년 4월. 그해 초 딸 가족이 한국으로 가게 되면서 5년간 등하교시키던 두 외손자와 헤어지게 된 이씨는 큰 허탈감에 빠졌다. 멍하니 TV 앞에만 앉아 있는 아버지가 걱정된 아들이 제안했다. "아버지, 그림을 그리세요. 우리 어릴 때 그림 그려주셨잖아요." "안 하던 그림은 무슨!" 손사래 치던 이씨는 아내와 아들의 설득에 못 이겨 붓을 들었고, 멀리 있는 손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그림마다 'For AAA'라고 서명했다. 'A'는 한국의 두 외손자와 미국에 있는 친손자의 이니셜이다.

    "너희가 커서 때때로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될 때 난 이 세상에 없겠지만 너희를 위해 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너희가 떠나도 곳곳에 너희들이 묻어 있다." 그리움 함빡 담긴 서정적인 그림과 글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부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BBC,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다.

    서울대 동문인 부부를 이어준 것도 그림과 글이다. 국어교육과 다니던 안씨가 시화전에 제출한 시에 그림 잘 그리기로 유명했던 지구과학교육과 학생 이씨가 그림을 그려주며 만났다. 이민 가기 전까진 둘 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브라질에선 의류 업체를 운영했다. 브라질 생활을 접고 돌아온 건 보고 싶다는 손자들의 아우성 때문. 아직 낯선 고국에서 부부는 작업의 새 보람을 찾고 있다. "공공 외교에 대한 강연을 제안받고 무릎을 쳤어요. '우리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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