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지지층 결집 노린 '원내대표 맞제소'

입력 2019.03.14 03:08

'文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민주·한국, 사상 초유 맞불 징계안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촉발된 여야(與野) 간 '국가원수 모독' 공방이 13일 '윤리위 맞제소'로 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것을 문제 삼아 나 원내대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제1 야당의 연설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해 '맞불 징계안'을 냈다. 여야 간 윤리위 제소는 잦은 일이지만, 같은 날 동시에, 그것도 여야 협상을 담당하는 상대 당 원내대표를 제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내달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쪽 모두 이번 일을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고 있어서 대립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샀던 자유한국당 나경원(오른쪽)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뒤를 지나가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징계안을, 한국당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했다.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상대 지도부를 윤리위에 제소한 것은 처음이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샀던 자유한국당 나경원(오른쪽)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뒤를 지나가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징계안을, 한국당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했다.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상대 지도부를 윤리위에 제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덕훈 기자

제소전(戰)은 민주당의 '나경원 징계안' 제출로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소속 국회의원 128명 전원 명의로 나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국회법 25조 '품위 유지 의무'와 같은 법 146조 '모욕 발언 금지'를 징계 근거로 들었다.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자, 국회의원이 해선 안 될 품위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한국당은 두 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연 끝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동시에 윤리위에 제소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반발해 의장석으로 뛰어올라가 항의했고, 이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를 언급하며 나 원내대표를 비난했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여러 언사·행동들은 명백히 의회주의를 중단하자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의총장에선 민주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어제 국회 본회의 장면은 '청와대 심부름센터' 역할을 하면서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한 민주당의 민낯으로, 국회 망신이었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민생파탄 좌파독재' 등의 피켓을 들고 "민주주의 파괴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고 외쳤다. 황교안 대표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제1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 이것이 과거 우리가 극복하려고 했던 공포정치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황 대표는 "뉴욕타임스는 훨씬 더 심하게 (문 대통령을) '에이전트'라고 표현했다"며 "외국에서 보도될 때는 한마디도 못 하다가 제1 야당 원내대표에게 한 짓을 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날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는) '앞길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권을 놓친 뒤 자포자기하는 발언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가짜 뉴스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을 하고 있다"며 "혐오의 정치를 하겠다는 몽니"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망하는 것만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초보적이고 저열한 발상"(박광온 최고위원), "(나 원내대표 연설문은) 태극기 집단이 써준 것 아니냐"(설훈 최고위원)는 말도 나왔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발언을 했다가 당시 원내대변인직에서 물러났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나처럼 (나 원내대표도) 사퇴하라"고 했다. 이 같은 강경 대응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 하락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열성 친문' 등 적극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