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석의 추가 시간] 하퍼, '필리건' 감당할 수 있겠니?

조선일보
  • 장민석 기자
    입력 2019.03.14 03:01

    장민석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19시즌이 오는 20일 막을 연다. 30개 구단 팬들이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개막을 기다리는 시간. 수퍼스타 브라이스 하퍼(27·사진)가 새로 가세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들은 특히나 설레는 표정이다.

    등번호 3번이 박힌 하퍼의 새 유니폼은 출시되고 48시간 동안 북미 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이 됐다. 종전 최다 기록인 르브론 제임스의 작년 LA 레이커스 이적 직후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하퍼(HARPER) 유니폼에 두 번 들어가는 알파벳 'R' 자가 모자라 유니폼 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하퍼는 필리스와 13년간 3억3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역대 최고 연봉 500억원에 4년 계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남은 선수 생활을 한 팀에서 하고 싶다"며 '13년'을 택했다.

    앗, 그런데 13년을 뛸 도시가 필라델피아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란 물음이 절로 나온다.

    브라이스 하퍼
    브라이스 하퍼

    이주민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성장한 필라델피아의 스포츠 팬 문화는 거칠기로 악명 높다. 자기 팀 선수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가차없이 야유를 퍼붓는다. 2016년 필리스의 한 홈 팬은 팀 내 최고 스타 라이언 하워드에게 맥주병을 던졌다. 하워드는 필리스를 2008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부진이 길어지자 표적이 됐다.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NFL(미 프로풋볼) 선수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뛰고 싶지 않은 팀으로 뽑혔다. '이글스 팬들이 싫어서'라는 이유가 압도적이었다. 국내 팬들은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훌리건을 합성한 '필리건'이란 별명을 선사했다.

    인기에 비해 한참 모자란 성적이 그들을 더욱 극성맞게 한다. 스포츠 라이벌 도시인 보스턴이 2000년 이후 4대 프로 스포츠에서 12회 우승하는 동안 필라델피아는 단 두 번 우승에 그쳤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7년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필리스 팬들에게 하퍼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팬들은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2015시즌 모습을 기대한다. 더군다나 장기 계약을 맺은 대신 평균 연봉을 낮춘 하퍼는 "난 1년에 2600만달러를 받는다. 남은 돈으로 2년 뒤 새로운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했다.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타자로 하퍼의 계약 총액 기록을 깰 것이 확실한 마이크 트라우트(28·LA 에인절스)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필리스 열성팬으로 성장한 트라우트는 2020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하퍼와 트라우트가 함께 뛰는 팀이라니. '필리건'들에게 이런 꿈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일단은 하퍼가 올 시즌 변덕스러운 필리스 팬들과 어떤 시간을 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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