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일 때보다 두 권으로 '짝' 이루니 더 주목받네

조선일보
  • 백수진 기자
    입력 2019.03.14 03:01

    책 하나를 두 권으로 쪼개거나 이미 나온 책과 신간 함께 묶어 같은 디자인으로 짝 맞춰 출간
    "짧은 글, 얇은 책 즐기는 젊은 층 취향 맞춰 분권하는 사례 늘어"

    황금빛 책을 집어들면 유토피아가, 잿빛 책을 고르면 디스토피아가 펼쳐진다. SF 소설집 '토피아 단편선'은 과학·사회과학을 전공한 작가 10명이 쓴 단편소설을 두 권으로 나눴다. '다가올 미래, 빛과 어둠 당신은 어느 세계를 택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한쪽을 선택해 쓴 소설들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나뉘어 출간됐다. 같은 디자인이지만 한쪽은 금색 표지에 'UTOPIA―전쟁은 끝났어요'라는 제목이, 다른 한쪽은 회색 표지에 'DYSTOPIA―텅 빈 거품'이란 제목이 붙었다.

    짝을 맞춰 두 권씩 나오는 책들이 요즘 늘고 있다. 한 권으로 내도 될 책들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한다. '토피아 단편선'을 출간한 출판사 요다 관계자는 "처음엔 한 권으로 묶으려고 했지만 작가들을 두 팀으로 나누면서 두 권의 단편집을 동시에 출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책을 분리하면 '미래를 선택한다'는 콘셉트가 부각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기획에 호기심을 보인 독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두 권을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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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권으로 짝을 맞춰 나오는 책들. 왼쪽부터 ‘토피아 단편선 세트’,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기형도 시 전집과 젊은 시인들의 헌정 시집, 이승우의 에세이. /요다·민음사·문학과지성사·마음산책
    짝 맞춰 나오는 책들은 짧은 글, 얇은 책을 선호하는 요즘 독자들 취향에도 들어맞는다. 이 때문에 원래 한 권이었던 책을 두 권으로 쪼개서 출간하기도 한다. 민음사는 최근 찰스 부코스키의 마지막 시집 '지구 시의 마지막 밤'을 두 권으로 출간했다. 1·2부와 3·4부로 나눠 '창작수업'과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란 제목을 붙였다. 양희정 민음사 부장은 "20~30대 독자들이 짧은 글, 얇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분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디지털로 조판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미 출간됐던 책을 표지만 바꿔 다시 내는 '리커버' 책과 신간을 함께 묶어 내기도 한다. 문학과지성사는 기형도 30주기를 맞이해 기형도 시 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젊은 시인 88인이 쓴 헌정시집 '어느 푸른 저녁' 두 권을 함께 출간했다. 마음산책에서도 2006년과 2008년 출간한 이승우의 에세이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소설을 살다'를 다시 묶어 내놨다. 마음산책 이승학 차장은 "2년 전부터 비슷한 주제별로 몇 권씩 짝을 지어 일종의 '모듈' 형태로 문고본을 내놓고 있다"면서 "과거에 잘 팔렸던 책을 표지만 바꿔 다시 내놓는 마케팅이 비판받기도 하지만, 신간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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