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세금 알바 40만명 늘고, 30~40대 취업자는 24만명 줄고

조선일보
입력 2019.03.14 03:20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경제 부총리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대로 된 공무원이라면 양심상 도저히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2월 중 60세 이상 취업자는 40만명 늘어나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공공 일자리는 노인 돌보기나 청소년 선도 같은 활동을 하루 2~3시간씩 하고 한 달에 30만원가량 받는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 노인 세금 알바를 빼면 2월 일자리는 오히려 14만명이나 줄었다. 세금으로 취업자 수치만 높이려는 것으로 국민을 속이는 분식 회계나 다름없다.

심각한 것은 경제의 허리이자 한 가정의 가장들인 30~40대 취업자가 무려 24만명이나 줄어든 사실이다. 2월 기준으로 30대는 11년, 40대는 28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통계 작성 후 최악인 24.4%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도 내용이 너무 좋지 않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취업자가 24만명 늘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복지부가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독거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일자리를 25만개 만드는 사업을 한 덕분이다. 취업이 안 돼 농촌으로 귀향한 무보수 가족이 취업자로 잡히는 바람에 농림어업 취업자는 2월에도 무려 12만명이나 늘었다. 노인 알바와 무보수 가족 농림어업 취업자를 빼면 2월 취업자는 실제로는 20만명 이상 줄었다고 봐야 한다.

반면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1월에 17만명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15만명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영향을 크게 받는 도·소매업 일자리도 6만개 감소했다. 주 17시간 미만 근로업자는 1년 전보다 31만명 늘어난 반면 36시간 이상은 44만명 이상 줄었다. 일자리의 질도 갈수록 악화한다.

정부는 일자리 숫자를 가공해 비판을 모면하려는 눈속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의실 전등 끄기, 태양광 패널 닦기, 침대 라돈 측정처럼 일자리 같지도 않은 한두 달짜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급조해 고용 수치를 분식하는 데 세금 1200억원을 썼다. 이 정부 출범 후 2년간 투입된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데 이어 올해에도 23조원이 이런 식으로 없어질 것이다. 3년간 총 7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국민 세금만 천문학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정부가 가공된 숫자로 국민을 잘 속여 선거에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30~40대 가장들이 무더기로 실직하고, 제조업 일자리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속일 수도, 감출 수도 없다. 이 심각한 문제들은 머지않아 우리 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비극적인 현상으로 표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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