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보고서에서 "경호처에 확인했다"는데 靑 "유엔 질의받은 적 없다"

입력 2019.03.13 18:50

청와대는 13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김정은의 벤츠 리무진과 관련해 청와대 경호처에 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경호처는 유엔 대북제재위로부터 관련한 질의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클리어하다(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답변은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와 정면 충돌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보고서에 "전문가 패널은 싱가포르와 중국에 김정은의 차량이 반입되는 과정에서 기록한 차량 고유 번호를 요청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 (김정은의 벤츠) 차량에 대해 한국 대통령 경호처에도 확인했다(checks by the Presidential Security Service of the Republic of Korea)"고 썼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유엔 대북제재위가 한국 정부에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탄 김정은의 벤츠 차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사실이 있다"면서 "벤츠 리무진의 연식이나 제원 등에 대해 문의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위의 요청에 답변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의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카 퍼레이드 장면.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김정은의 벤츠 리무진 조수석에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디자인=송윤혜
◇ 대북제재위가 청와대 경호처에 정보를 요구한 까닭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왜 청와대 경호처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카 퍼레이드를 한 벤츠 리무진의 정보를 요구했을까.

그건 북한 외부 기관 중 김정은의 벤츠를 가장 자세히 살펴본 곳이 바로 청와대 경호처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카 퍼레이드를 하기 전에 해당 차량에 대한 점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탑승 차량은 정상의 안전 및 보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팀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실제로 당시 남북 정상이 카 퍼레이드를 할 때 벤츠 리무진 조수석엔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앉았다. 평소 관찰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주 실장이 조수석에서 동선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 구조도 확인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 벤츠 관계자는 "외관(Exterior)만으로는 해당 차량의 연식이나 제원을 정확하기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이 중요하다. 이걸 알면 해당 차량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위가 차량 정보 확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은 이를 통해 생산 시점과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위는 싱가포르와 중국 정부에 김정은의 벤츠 리무진 차량 고유 번호(identification number)를 문의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1차 미·북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전용차가 반입된 나라다. 대북제재위는 임시적인 환적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기록된 게 있는지 요청했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대북제재위원회 활동에 일절 협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회가 북한의 제재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주변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면서 "한국 정부에도 당연히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 대북제재위, 한국 정부 정보 제공 여부 밝히지 않아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의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유엔 제재위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정보 제공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방글라데시의 답변 여부를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제재위는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북측에 서한을 보내 차량 정보를 요청했지만 북한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에 대해선 "방글라데시 세관이 압류한 북한 외교관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리무진'의 현재 위치와 조사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방글라데시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위가 한국 정부에 정보를 요청했고, 정부도 일정 정도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제재 관련 사항을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남북 관계와 정상 간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 정부와 유엔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당연히 협조했을 것"이라면서 "만약 이러한 협조 요청을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면 국제사회에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엔 대북제재위가 한국 외교부와 소통을 하고, 청와대 경호처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유엔 대북제재위로부터 관련한 질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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