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의 파괴를 결정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결론이 궤변과 억지라는 증거와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맡은 금강·영산강 보 개방에 따른 수질 평가 최종보고서가 5월에나 제출될 거라는 보도가 나왔다. 보가 파괴될 경우 수질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줄 자료가 나오기도 전에 보 파괴 결정을 먼저 내렸다는 뜻이다. 3개 보를 짓는 데 4500억원 들었다. 몇 달 더 기다렸다가 판단하면 될 일인데 무엇에 쫓기는지 졸속 결정을 한 것이다. 보 해체 결정의 근거로 삼은 경제성평가를 보면 4대강 조사위는 애초부터 '보 해체' 결론을 정해놓고 요식적인 절차를 진행해왔다는 의심이 든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영산강 죽산보다. 죽산보는 KEI의 중간평가나 환경부의 통상 모니터링에서 모두 2017년 6월 보 개방 이후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 2016년 COD 6.8ppm이던 것이 2018년 10.4ppm으로 올라갔으니 더 볼 것도 없다. 환경 단체들이 강조하는 여름철 유해남조류도 보 개방 전엔 mL당 3001개였던 것이 보 개방 후인 작년 여름엔 2만969개로 늘었다. 보를 열었더니 수질이 나빠졌다면 보를 해체할 경우 수질 역시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자 공무원들과 관변 학자들이 머리를 썼다. 보 개방으로 인한 수질 변화는 무시해버리고, 보를 짓기 전 수질과 짓고 난 다음 수질을 비교한 숫자를 근거로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민 2000명에게 주장했다. 그 후 '수질 개선을 얼마짜리 가치로 보느냐'고 물어 그 평가액을 영향권 내 인구수로 곱해서 1019억원이라는 수질 개선 편익을 계산해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경제성 평가의 대표적 왜곡 사례로 교과서에 소개될 만하다.
그동안 환경부는 "보 개방 모니터링은 보 처리 방안의 근거가 될 실증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지금처럼 보 건설 전후의 수질을 비교해 결론을 내릴 거였으면 애당초 1년 9개월 동안 모니터링할 필요도 없었다. 모니터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보를 해체할 것이었으면 공무원 70명의 4대강 조사평가단이나 학자 43명의 위원회도 구성할 필요 없이 대통령 한 사람 마음대로 하면 될 일이었다. 죽산보 수질 왜곡의 진상은 다음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