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땜질 대책, 돌고 돌아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조선일보
입력 2019.03.11 03:20

신한·국민·롯데카드 회원들은 오늘부터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 카드사들과 현대·기아차 간 가맹점 계약 협상이 시한 내에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수수료율을 인상하려 하자 현대차가 3개사의 요구안 수용을 거부했다. 아직 타결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그때까지 3개 카드사의 3000여만 명 회원이 현대·기아차를 사려면 현금 결제하거나 다른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책으로 정부가 밀어붙인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가 돌고 돌아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 2년간 33%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아우성치자 문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지시했다. 금융 당국은 카드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나흘 만에 소규모 가맹점 수수료를 연간 1조4000억원 깎아주는 정책을 급조해 내놨다. 대신 대기업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라고 했다. '가진 자'에게 더 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다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 이익률이 한계 기업 수준까지 추락한 현대차가 3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거부하면서 결제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카드사들은 이미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같은 각종 카드 혜택을 줄이고 있다.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이 알게 모르게 다 일반 소비자 손실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를 깎는 대책도 부족해 수수료가 제로(0)인 관제(官製) 카드까지 내놨다.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만들자 중소벤처부는 홍보 예산을 60억원이나 배정하며 보급을 도왔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호응이 '제로'다.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액은 2억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원 사격을 더 강화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월급쟁이들의 최고 절세 수단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다. 신용카드 혜택을 줄여 관제 카드 사용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실상 증세(增稅)라며 반발하고 있다. 납세자 단체가 진행 중인 소득공제 축소 반대 운동에 사흘 만에 7000명이 서명했다.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인위적 가격 통제 정책이 이 정부 들어 잇따르고 있다. 서민층을 돕겠다며 통신료와 보험료에 손대고 대출 금리 상한선을 강제로 낮췄다. 심지어 치킨 값까지 개입해 인하시켰다. 정부가 시장 질서를 비틀면 반작용이 촉발돼 연쇄적인 부작용이 일어난다.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린다면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 고용 참사가 발생하고 소득 분배는 더 악화됐다. 카풀(차량공유) 허용 시간을 출퇴근 4시간으로 제한해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자랑했지만, 선진국처럼 24시간 카풀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소비자가 최대 피해를 입게 됐다. 문제의 본질은 '정책 실패'인데 정부가 부작용을 감추려 시장 개입 강도를 더 높이는 바람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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