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을 동맹 아닌 용병으로 만들려 하나"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3.09 03:00

    전문가들 "주둔비+50% 추가 부담案, 미군 감축론 부추길 것"
    '동맹국 정책이 미국과 일치 땐 할인 가능' 규정도 만드는 중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와 회담 후 바비스 총리의 부인을 배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와 회담 후 바비스 총리의 부인을 배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부는 8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서명식 당일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분담금 대폭 인상 방침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현재 분담금보다 3배 많은 3조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작년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에 전체 주둔 비용의 150%를 부담하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당시 이런 방안을 꺼냈지만 그때는 협상 전략이라고 봤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 때문에 작년 한미 방위비 협상은 결렬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지난 몇 달간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면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기 직전까지 갔었다"며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메모를 건네며 협상 결과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이 단순한 협상 전략을 넘어 향후 협상에서 현실적 요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150%안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동맹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동맹군'이 아닌 사실상의 '용병'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와 같은 협상안에 드라이브를 걸면 한국에서는 주한 미군 철수나 감축 관련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이유로 한미 연합 훈련을 줄줄이 취소하는 마당에 미국의 무리한 요구는 주한 미군 감축이나 한미 동맹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국민 일부가 주한 미군 감축론에 동조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국가의 정책이 미국과 밀접히 일치할 경우 주둔비를 할인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둔비를 갖고 동맹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리들은 이런 요구가 아시아와 유럽의 충실한 동맹국들에 엄청난 모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미 동맹이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과 관련한 한미 간의 인식이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경협과 교류 강화 정책을 고집할 경우 방위비 협상에 부담될 수 있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동맹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어 국내 정치의 호재로 삼을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사안을 예전에는 핫라인을 통해 해결했지만 지금처럼 '화학적 조합'이 잘되지 않는 한미가 소통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요구로 인해 우리 정부의 주한 미군 주둔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미는 이날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한 1조389억원으로 하는 내용의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한국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42%지만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이 주둔 비용의 약 50%를 분담한다"고 얘기했었다. 장기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현재의 3배 수준인 3조원 가까이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될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첩첩산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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