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미세먼지 대책을 여럿 내놨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장기 대응책에만 머물지 말고, 즉각적으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제안된 미세먼지 대책은 크게 ①광촉매 도료 ②야외용 공기청정기 ③인공강우 ④교실 공기정화기 설치 ⑤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정책 등이다.

환경공학, 환경학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 "부끄럽다" "국민들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졸속 정책을 내놨 다"고 지적했다. 5가지 방안을 하나씩 짚었다.

일러스트=정다운

①빌딩에 광촉매 페인트→효과 기대 안 한다
지난 7일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광촉매 페인트'를 들고나왔다. 미세먼지를 흡착해 제거하는 광촉매 페인트를 공공건축물에 칠한다는 방침이다. 첫 대상은 10월 착공하는 서울시 중구 시네마테크 외벽 약 3500㎡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광촉매의 악취저감효과를 주제로 환경, 화학공학, 기계 전공교수 3명과 함께 실험했었다. 실내 실험실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했을 때도 효율이 좋지 않았다. 효율이 너무 낮게 나와, (수치 기록을 위해)고농도 악취를 사용했을 정도였다. 날씨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외부에서 광촉매 효과를 기대하기는 학계에서도 어렵다고 본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서울시 방침은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광촉매와 화학반응 시켜 분해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2차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변형시키는 것이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게 아니다. 실제 저감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을 제거할 수는 없다. 말이 안 된다.

정용원 인하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광촉매는 햇빛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광량이 적어 촉매 작용이 일어나기 어렵다. 오래된 책에 먼지가 쌓이듯, 광촉매도 칠한 지 오래되면 효력이 떨어진다. 이건 또 어떻게 할 건가.

중국 산시성 시안에 설치된 높이 100m짜리 공기청정기의 조감도.

②중국처럼 야외에 공기청정기→전기, 소음은 어찌할 건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도심 등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면 초미세먼지가 상당히 저감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며 "수출 등으로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의미 있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성 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 대개 아파트에서 쓰는 공기청정기도 환기할 때는 꺼놓는다. 공기정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부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효과를 보려면 엄청난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서울 도심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는 발상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보인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지난해 중국 도심에 대형 공기 청정기가 설치됐다고 하는데 관련 광고와 홍보만 있고, 효과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나온 자료가 없다. 대형 청정기가 도심에 설치될 경우 공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 오염물이 집중되는 청정탑 주변 주민들의 민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③ 중국과 인공강우 →"신의 영역에 가깝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중국 정부와 함께 공동으로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르면 올해 공동 실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생각은 그럴듯하지만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대기가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정체됐을 때 발생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이때 비를 내리게 하기는 어렵다. 신의 영역에 가깝다. 인공강우로 미세먼지가 해결된다면, 미세먼지 오염이 심하고 인공강우 기술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중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연구해 성공했을 것이다.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 단편적인 발상이다. 설령 비가 내렸다고 치자. 물에 씻긴 오염 물질이 대지, 하천으로 갈 것이다. 중국 공장, 화력 발전소가 국제 규정에 맞춰서 배출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 1월 25일 오전 전북 군산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형성을 돕는 물질인 요오드화은을 살포하고 있다.

④교내 공기정화기 설치→이산화탄소 중독은 어쩔건가
교육부는 지난 6일 "올해 상반기 중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대한 대용량의 공기정화기 설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약 2000대의 공기청정기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서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실내 공기질이 깨끗하게 유지될 가능성은 적다. 환기를 안 하거나 필터 청소와 교체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을 경우 학생들 폐 건강에 치명적이다.

홍민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심리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을 닫은 채 장시간 공기청정기를 돌릴 경우 이산화탄소(CO2) 중독 문제가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다.

⑤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정책 →인식에는 도움, 실효는 별로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예상되는 날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그간 세 차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버스 공짜 탑승이 시행됐고, 교통량은 0.3~1.73% 감소했다. 3번 만에 배정된 예산 150억원이 소진돼 현재 시행이 중단됐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는 있었다. 다만 차량이 도심으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었는데 차량 2부제와 함께 시행되지 않아 저감효과는 미비했다.

지난 22일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서울시내에서 한 시민이 미세먼지 저감조치 안내 표지판을 들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 "정부, 허둥지둥 미봉책만 내놓고 있어"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미세먼지 대책들을 성급하게 내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너무 급하게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처럼 환경성·경제성·사회성·국제성·위해성 등 구체적인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영성 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 지금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대책을 보면 굉장히 부끄럽다. 분개한 국민들의 감정 풀이에만 급급하다. '에너지 사용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듯, 방만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국내·외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석탄, 석유 등 화력발전을 줄여야 한다. 발전시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으니, 더위나 추위를 피하듯 미세먼지 피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최열 환경재단 공동대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세운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미세먼지에 시들고 있다. 특별한 노력이나 대책 없이 이렇게 사태를 지켜보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다. 모든 차량에 대한 2부제, 석탄 발전소 가동을 줄이기 등 강력하고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