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단한 신한울 원전 지으면, 석탄발전소 5개 안돌려도 된다

입력 2019.03.08 03:00

[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미세먼지 실효성 없고 전력수급상 한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세 먼지 감축을 위해)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 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미세 먼지 감축에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 발전 6기 중 4기는 이미 지난 1일부터 봄철(3~6월) 가동을 중단했고, 나머지 2기는 발전소가 있는 해당 지역 전력 수급 탓에 이른 시일 내에 가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발전(發電)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미세 먼지 대책은 미세 먼지 배출 제로(0)인 원전(原電)을 늘리고 석탄 발전을 대폭 줄이는 것인데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바람에 손발은 묶어 놓고 대책을 세우는 격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다 보니 미세 먼지 대책이 땜질식으로 겉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나라 태안화력 1호기(0.5GW) 518개와 맞먹는 259GW(기가와트) 규모의 석탄 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탄 발전소도 효율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 석탄 발전소에서 넘어오는 미세 먼지까지 더욱 늘어날 상황이다.

◇원전 발전량 10%만 늘려도 석탄 발전 미세 먼지 17% 줄어

80%를 넘던 원전 이용률은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2017년 71.2%, 2018년 65.9%까지 떨어졌다. 작년 원전 발전량은 13만3506GWh인데, 원전 발전량을 10%만 늘려도 미세 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 4개 석탄 발전(삼천포 3·5·6호기, 호남 2호기)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 총량의 17%(3879t) 정도를 줄일 수 있다. 건설을 중단한 신한울 원전 3·4호기(각 1.4GW)를 짓는다면 미세 먼지 배출 상위 5기 석탄 발전(2.3GW)을 대체하고도 남는다. 이 경우 석탄 발전의 미세 먼지 20%를 줄일 수 있다. 또 발전 용량 1.4GW짜리 원전 8기를 지으면 1999년 이전에 지어진 20년 이상 된 석탄 발전 24기(11.4GW)를 대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석탄 발전이 내뿜는 미세 먼지 48%가 줄어든다.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 현황 그래픽

◇탈원전 정책에 꼬인 미세 먼지 대책

정부는 탈석탄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작년 석탄 발전량은 23만8435GWh로 2017년(23만8799GWh)과 같은 수준이다. 또 2022년까지 원전(5.6GW) ·LNG(액화천연가스·2.9GW) 발전소보다 많은 7.2GW 규모의 신규 석탄 발전 7기가 새로 들어서 석탄 발전 설비는 오히려 늘어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노후 석탄 발전 조기 폐지만 언급하는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탈원전과 탈석탄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미세 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정부는 탈석탄을 주장하면서 석탄 발전은 사실상 유지하고, 원전을 줄이면서 이를 LNG 발전으로 대체하려 한다. LNG는 석탄보다는 덜하지만 미세 먼지를 배출하는 데다 발전 비용도 비싸 늘리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 LNG 발전 단가는 KWh당 117.1원으로 석탄(70.7원)보다 훨씬 비싸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미세 먼지를 줄이겠다고 봄철 노후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LNG 발전을 하면 2000억원 넘는 추가 비용이 들지만 미세 먼지 절감 효과는 미미해진다"며 "해결책은 석탄 발전을 확 줄이고 원전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석탄 발전소에도 대응해야"

이런 와중에 국내 미세 먼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의 석탄 발전은 증가 추세다. 7일 국제환경기구 '엔드콜(EndCoal)'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 발전소는 총 2927기로 전년(2849기) 대비 78기 증가했다. 설비 용량으로 보면 46.2GW가 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전체 석탄 발전 설비(37GW)의 1.2배다. 또 영국 BBC는 비영리 환경 단체 콜스웜(CoalSwarm)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259GW 용량의 새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GW짜리 원전 259기, 0.5GW짜리(태안화력 1호기) 석탄 화력 518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콜스웜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와 서해를 끼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동부 지방에 이미 300여기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