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우 잘 키울게요!" 유치원 선생님의 응원, 아들도 저도 5년 동안 개근할 수 있던 비결이죠

입력 2019.03.07 03:58

[아이가 행복입니다] 워킹맘 유희원씨 '감사의 글'

2012년 겨울, 정말 채송화꽃처럼 작은 아이가 저희 부부에게 찾아왔습니다. 아이와의 첫 만남은 생각만큼 벅차거나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죠. 그 소소한 행복에 부모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리원에서 집으로 아이와 함께 귀가한 뒤부터는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하루하루 악몽을 꾸는 듯한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소위 전투 육아의 시작이었죠. 저희 부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했으니까요. 아이가 하루에 쉬를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 기저귀를 하나하나 세어볼 만큼 어수룩한 엄마, 아빠였답니다.

이제는 초보 부모의 티를 어느 정도 벗고 학부모가 되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저희도 지난 6년 동안 아이와 함께 성장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 가족이 무탈하고 행복하게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과 주변 이웃들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유희원(가운데)씨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 남편과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유씨는 “아이 할머니·할아버지, 회사와 동료, 유치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경력 단절 없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유희원(가운데)씨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 남편과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유씨는 “아이 할머니·할아버지, 회사와 동료, 유치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경력 단절 없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유희원씨 제공

가장 감사한 분들은 아이의 조부모님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날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맞벌이 부부인 저희를 위해 매일 저녁 저희 집으로 출퇴근하고 계십니다. 피치 못하게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이야말로 저희 부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십니다. 언제나 저녁이면 부모님께서 손수 지어주시는 집밥 생각에 퇴근을 서두릅니다. 손주뿐만 아니라 아들, 며느리까지 살뜰히 챙겨주시는 부모님께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의 선생님입니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엄마 역할을 대신 해주신 존경스럽고 감사한 분들이죠. 늘 아이를 곁에 두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엄마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시는 것도 아이의 선생님이었습니다. 회사일로 바쁜 걸 잘 아는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일상을 전화 너머 상냥한 목소리로 자주 전해주셨습니다.

한 번은 언어전달노트에 "어머니 힘내세요! 연우는 제가 잘 키울게요!"라고 손글씨를 적어주셨죠.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 열렬한 응원이었습니다. 직장맘인 제가 걱정과 시름을 잊게 해준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건 큰 행운이겠지만,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주시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번째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건 회사와 회사 동료들입니다. 운 좋게도 저는 눈치 안 보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습니다. 복직 후에도 회사의 '시차 출퇴근 제도'를 활용해 아이를 직접 유치원에 보낸 뒤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아이는 어린이집 2년, 유치원 3년을 다니는 동안 날마다 제 손을 잡고 큰 떼 한 번 부리지 않고 등원을 했습니다.

이제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갔을 때 퇴사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는데, 저는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이 아빠도 저와 별도로 시차 출퇴근을 신청해 아이의 등교를 책임지며 육아를 분담해나갈 예정입니다.

덕분에 저는 초등 1학년의 위기를 순조롭게 넘기고, 경력 단절 없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회사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저는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을 모두 지킬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희 부부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도움, 아이가 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기관의 도움, 아이 키우는 부모를 배려해주는 회사의 도움, 이 중 하나라도 부족했더라면 아마 저는 일과 가정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 그만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저희 부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많을 것입니다.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육아의 기쁨을 채 느껴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가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를 키우는 데는 주변의 수많은 손길과 적극적인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5년 동안 어린이집, 유치원을 개근한 저희 아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연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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