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이 정신'의 힘…일본, 건축 노벨상 최다 수상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9.03.07 03:29

    [오늘의 세상] 프리츠커상 수상 8명 배출, 최정상에 올라선 일본 건축

    이소자키 아라타
    또, 일본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88·사진)가 선정됐다고 미국 하얏트 재단이 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심사위원회는 "동양이 서양 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던 시대에 해외로 나가 스스로의 건축술을 확립했다"며 "현상 유지를 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건축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리츠커상이 1979년 제정된 이래 46번째, 일본인 건축가로는 8번째 수상자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미국(8명)과 더불어 프리츠커상 역대 최다 배출국이 됐다.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진작에 받았어야 할 일본 거장

    이소자키는 1960년대 일본 건축을 세계가 주목하게 만든 메타볼리즘 운동의 주역이다. 신진대사를 뜻하는 생물학적 용어인 메타볼리즘을 기치로 내걸어 도시와 건축을 유기체처럼 바라보자는 철학을 담았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기하학적 형태와 첨단 공법을 버무린 이소자키의 작품 세계는 '글로벌 아키텍처(세계 건축)'란 말로 요약된다. 스스로를 '세계 시민'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건축 특징을 "새로움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건축 스타일을 때로는 경쾌한 팝아트로, 때로는 깊은 명상의 메시지로 구현했다.

    이소자키의 움직이는 콘서트홀 ‘아크노바’ 이소자키 아라타가 2013년 인도 출신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와 공동 작업한 ‘아크노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희망 풍선’을 띄우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공기 주입식 움직이는 콘서트홀이다.
    이소자키의 움직이는 콘서트홀 ‘아크노바’ - 이소자키 아라타가 2013년 인도 출신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와 공동 작업한 ‘아크노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희망 풍선’을 띄우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공기 주입식 움직이는 콘서트홀이다. /사진가 이완 반
    1931년 규슈 오이타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현대 건축의 대부이자 프리츠커상(9회) 수상자인 단게 겐조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았다. 뉴욕, 파리, 베를린, 바르셀로나 등지에 스튜디오를 두고 세계 각지에 작품을 설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등이 대표작이다. 2013년에는 인도 출신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와 공동 작업해 이동식 콘서트홀 '아크노바'를 선보였다.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공기 주입식 공연장으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 입은 지역을 순회했다.

    ◇일본 건축의 힘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SANAA(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 이토 도요, 반 시게루 등 총 7회 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왜 일본 건축일까. 전문가들은 "근대 건축의 역사가 길고 일찍부터 서양과 교류를 시작한 역사적 배경"을 우선 꼽는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구 근대 건축사와 시차가 10년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며 "1919년 개교한 독일 바우하우스에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인이 가장 많았을 정도"라고 했다.

    에도 시대 이래 지속된 '모노쓰쿠리'(장인 정신)도 일본 건축 파워의 배경이다. 천의영 경기대 교수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에 삶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이키가이(いきがい)' 정신, 벽돌공과 목조 장인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작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는 문화가 배경"이라며 "벽에 바른 페인트칠, 문짝 하나에도 다른 나라는 따라갈 수 없는 일본의 힘이 있다"고 했다. 김문덕 건국대 교수는 "서구 미니멀리즘 건축에 일본의 젠(禪) 스타일을 도입한 안도 다다오처럼 일본 건축을 서구에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일본재단과 협회, 개인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위한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자국 건축가 및 예술인들의 해외 출판과 전시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한다. 집단주의 성향에서도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는 능력도 꼽힌다. 천의영 교수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대표적"이라며 "겐로쿠엔이라는 일본의 3대 정원 바로 앞에 가장 현대적인 미술관을 세워 전통과 현대를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한 점은 놀라운 수용 능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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