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안지키는 미세먼지 2부제

입력 2019.03.07 03:01

정부 비상저감 핵심 조치인데… 행정타운 주변엔 위반차량 400대 꼬리물고 주차
공무원들, 2부제 뻔히 알면서 車 가지고 출근… 서울 관공서 주차장엔 짝수차·홀수차 뒤범벅

6일 오전 8시 경기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청사 인근 도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청사 주차장 대신 인근 도로에 차를 세우고 경찰 전용 출입구로 들어갔다. 차량 번호 끝자리는 '7'이었다.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따라 정부 기관은 이날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공무원들부터 솔선수범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다. 짝수 날인 이날은 차량 번호가 짝수인 차만 청사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출근 시각인 오전 9시가 되자 청사 주변 왕복 4차선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150대가 넘는 차가 청사 주변을 담처럼 둘러쌌다. 불법 주차 차량 상당수는 홀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일반인 차량도 일부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은 청사로 출근한 공무원 차량이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북부경찰청은 직원들에게 "청사 주변 도로에 주차한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공지했다.

불법 주차장으로 변한 행정타운 도로 - 6일 행정기관이 밀집한 경기 의정부시 광역행정타운 인근 도로에 차량 수백대가 불법 주차돼 있다. 일부 민원인 차량도 있지만 상당수는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따른 차량 2부제로 청사 주차장에 못 들어간 공무원 차량이었다.
불법 주차장으로 변한 행정타운 도로 - 6일 행정기관이 밀집한 경기 의정부시 광역행정타운 인근 도로에 차량 수백대가 불법 주차돼 있다. 일부 민원인 차량도 있지만 상당수는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따른 차량 2부제로 청사 주차장에 못 들어간 공무원 차량이었다. /남강호 기자
최장·최악의 미세 먼지로 정부는 이날까지 6일째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그중 핵심이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나 주차장 폐쇄다. 하지만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등 8개 행정·공공기관이 있는 의정부 광역행정타운을 둘러본 결과, 비상조치라던 2부제는 실종 상태였다. 정문에 차량 번호 인식 차단기가 있어 홀수 번호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기관은 주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날 경찰청사 주변 150대를 비롯해 행정타운 일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세봤더니 400대가 넘었다.

주차장 입구에 차량 번호 인식 장치가 없는 일부 관공서에서는 차량 2부제가 지켜지지 않았다. 광역행정타운 일부 건물 주차장 안에는 끝자리가 5, 7 등으로 끝나는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많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최모(33)씨는 "평소에도 청사 주변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늘처럼 길게 줄 선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홀수 차량을 몰고 온 한 공무원은 "집에서 청사로 오는 대중교통이 없다"며 "차량 2부제를 지키라고 하지만 실천하기 어렵다"며 서둘러 청사로 들어갔다.

6일 경기 의정부시 광역행정타운 인근 도로에 차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상당수는 이날 차량 2부제로 공공 기관 주차장에 못 들어가는 홀수 번호판 차량(붉은 원 표시)이었다.
6일 경기 의정부시 광역행정타운 인근 도로에 차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상당수는 이날 차량 2부제로 공공 기관 주차장에 못 들어가는 홀수 번호판 차량(붉은 원 표시)이었다. /남강호 기자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로 6일 서울에서는 행정·공공기관 주차장 441곳이 폐쇄되고, 157곳에서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소속 직원은 물론 해당 기관을 찾은 일반인도 적용된다. 그러나 본지가 이날 서울 시내 행정·공공기관 주차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런 조치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차량 2부제를 한 4곳 주차장에는 진입이 금지된 홀수 번호판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을 폐쇄했다는 6개 기관 중 3곳은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구로구 구로구보건소 지하 3층 직원 전용 주차장. 주차된 차 12대 중 6대는 번호 끝자리가 홀수로 끝났다. 보건소 관계자는 "일부 공용 차량도 있지만 대부분 직원 개인 차량"이라며 "갑자기 2부제를 하다 보니 혼선이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근린공원 주차장에는 홀수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 주차장은 영등포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으로, 차량 2부제 실시 대상이다. 주차장 관리자는 "혼자 일하느라 들어오는 차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가 없다"며 "오늘 점심까지만 홀수 차가 30대쯤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청에선 이날 오후 1시 지하 1층에 주차된 차량 99대 중 절반에 가까운 47대가 홀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차량 2부제를 실시한 기상청의 경우 이날 오후 4시 야외 주차장에 홀수 차량 22대가 주차돼 있었다. 기상청은 "24시간 예보를 담당하는 직원은 대중교통이 끊길 수 있어 차량을 전일제로 주차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장 폐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폐쇄 조치된 서울 송파구청 주차장. 차를 탄 민원인이 "영치된 차량 번호판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주차 안내를 하던 직원이 "하필 이날 오셨느냐"며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정오가 되자 안내 직원은 정문 입구를 막고 있던 안전 펜스를 치워놓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구청 주차장에는 차 84대가 세워져 있었다. 용산구청도 이날 주차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안내 직원들은 "구청 건물에 있는 아트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는 차는 통과시켰다. 지하 3~5층엔 일반 차량 101대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 입구 골목에는 구청을 찾은 차량 14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차주 박모(46)씨는 "구청에 왔는데 구청 직원이 주차장이 폐쇄됐다며 아무 데나 차를 대라고 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2부제 등 비상 저감 조치를 미리 몰랐다고 했다. 박모(62)씨는 "구청 주차장이 폐쇄돼 주차할 곳을 찾는 데 15분이나 걸렸다"며 "미리 알았으면 버스를 타고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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