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349일만에 보석… 외출·외부인 접촉 못해 사실상 자택 구금

입력 2019.03.07 03:01

법원 "구속 기한까지 재판 못 끝내, 석방보다 보석이 낫다 판단"
보증금 10억 납부… 병원 갈때도 허가받고, 매주 보고서도 내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법원의 보석(保釋) 결정으로 풀려났다. 뇌물 수수·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증인 숫자 등을 고려할 때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 기한인 4월 8일까지 심리를 마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엄정한 보석 조건으로 석방한 후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형사소송법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석방 후 주거지를 서울 논현동 사저로 한정하고, 직계혈족·배우자·변호인 외에는 접견과 통신도 할 수 없도록 했다. 10억원의 보증금 납입 조건도 붙였다. 재판부는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라고 했다.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보석을 허가받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석방 후 주거지는 서울 논현동 사저로 한정되고 외출도 제한된다.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다.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보석을 허가받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석방 후 주거지는 서울 논현동 사저로 한정되고 외출도 제한된다.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다. /고운호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이 보석 허가 결정을 내리자 옅은 미소를 보였다. 항소심 공판 내내 수척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보석 결정이 난 뒤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이제부터 고생이지"라고 했다. 서울동부구치소로 돌아간 그는 오후 3시 45분쯤 차를 타고 자택으로 돌아갔다. 구치소 앞에는 이재오 전 의원과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측근 인사 10여 명이 나왔다. 맹 전 장관은 "접견이 제한돼 있어 자택으로 안 가고 구치소로 왔다"고 했다. 이들은 "이명박"을 연달아 외쳤고, 이 전 대통령은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 기한(최장 6개월)인 다음 달 8일까지 재판을 마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이날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이 전 대통령은 조건 없이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

실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은 더디게 진행됐다.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정식 공판은 지난 1월에야 시작됐다. 재판부가 채택한 15명의 증인 중 현재까지 출석한 이도 3명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선 항소심 선고 전 석방이 불가피한데 여러 조건을 붙여 석방한 뒤 재판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석방 후에 계속 심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구속 만기로 석방할 경우 오히려 증거 인멸 염려가 더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보석 조건은 재판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무슨 이런 조건들이 다 있느냐"고 할 정도로 까다로운 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진료가 필요하다며 서울대병원도 주거지로 지정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병보석'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 위해선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별 활동 내역 등을 담은 보고서도 재판부에 내야 한다.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언제든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할 수 있다. 재판부는 최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 보석' 논란을 의식한 듯 "보석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우리 사회의 비판을 수용해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붙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런 조건을 감안해 보석 결정을 내리기 전 이 전 대통령에게 "변호인과 상의해 이를 받아들일지 답변해달라"고 했다. 구속 기한 만료로 나중에 석방될지 아니면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고 지금 석방될지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재판은 10분간 중지됐다. 변호인들과 논의를 마치고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조건을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하다"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항소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되면 다시 법정 구속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보석 상태에 있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면 통상적으로 다시 구속이 된다"고 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실망이 크다"고 했고, 야당은 "적절한 조치"라고 했다.

☞보석(保釋)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보증금 납부, 주거지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석방하는 제도. 법원은 범죄의 성격, 피고인의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보석 결정을 해도 구속영장의 집행만 중단되고, 영장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만약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법원은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몰수되고 피고인은 다시 구치소에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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