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적'이라고 부른 베이징 미세먼지 감축 작전

입력 2019.03.06 17:54

중국 환경당국의 고위 관료가 베이징의 미세먼지 감축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정치 자문회의) 13기 2차 회의 기자회견에서다. 류빙장(劉炳江)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관리국장은 "대기오염 감축 목표 달성에 신심이 있다"며 2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서 ‘기적’을 거론했다.

류 국장은 "‘대기 10조’(대기오염 저감 정책) 마지막해인 2017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목표치 60㎍/㎥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지를 두고 많은 학자와 언론은 물론 해외에서도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2016년 베이징 오염 농도가 73㎍/㎥이었는데 세계 대기오염 처리 역사상 어느 도시도 1년에 10㎍/㎥이 넘게 낮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당시 동절기 대기오염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데 16개 부처와 관련 성(省)정부가 열흘도 안돼 서명을 했고, 이렇게 뜻이 하나로 모인 덕에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60㎍/㎥이하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류 국장의 설명은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간 중국 특유의 일사불란한 정책 집행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효과를 발휘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류 국장은 ‘대기 10조’ 정책 덕에 베이징의 석탄 사용량이 2013년 2000만톤에서 지난해 300만톤으로 줄었고, 비(非) 수도 기능 이전을 위해 이미 1000개가 넘는 기업을 이전시켜 2013년 90㎍/㎥이던 미세먼지 농도를 지난해 51㎍/㎥로 낮추고, 심각한 오염일수도 2013년 58일에서 지난해 15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당시 베이징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는 정상적인 오염 배출 기준을 갖춘 기업도 공장 가동이 힘들 만큼 무리한 단속이 많다는 불만이 이어졌었다. 한샘도 베이징의 가구공장을 쑤저우로 이전해야 했다. 일사불란함과 목표달성을 위한 무리한 단속이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부업무보고에 담겨있다.

리 총리는 "파란 하늘을 유지하는 전쟁의 성과를 다지고 확대할 것"이라면서도 "정돈이 필요한 기준 미달 기업에 대해 단순하고 조폭적인 처분조치나 문을 닫게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무리한 환경오염 단속이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하강 압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 경제에 주름살을 늘릴까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5일 류빙장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관리국장이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의 미세먼지 감축을 두고 기적이라고 자평했다고 전했다. /신화망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5일 류빙장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관리국장이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의 미세먼지 감축을 두고 기적이라고 자평했다고 전했다. /신화망
류 국장은 일사불란함과 함께 중국의 2000여명에 이르는 일류 대기 기상 학자들을 파란하늘 지키기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총리의 지시로 6억위안(약 1000억원)에 가까운 기금으로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덕분에 스모그 원인이 기본적으로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지난해 1년 기준으로 51㎍/㎥의 베이징 초미세먼지 가운데 3분의 1은 외부에서 유입됐지만 최근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황에선 외부 유입 수준이 55~70%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류 국장은 "징진지(京津冀,베이징⋅텐진⋅허베이) 지역에 철강과 코크스, 유리 등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밀집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전국 평균의 4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징진지는 중국 전체 코크스 생산량의 49%, 철강 생산량의 43%, 평판유리의 경우 3분의 1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단위면적 대비 석탄 소비는 전국 평균의 4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류 국장은 특히 올들어 1~2월은 중국 전체적으로 PM 2.5 농도가 떨어지기는 커녕 오르고 주요 지역에서는 매우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엘니뇨 현상에 따른 기후 이상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올해 중앙 재정에서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예산으로 작년보다 25% 늘어난 250억위안(약 4조 1750억원)을 배정했다.

류 국장은 지난 1월 21일 월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미세먼지에 중국은 책임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공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26일 베이징에서 조명래 환경장관을 만난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은 "중국 정부는 한 번도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