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대미(對美) 소통 및 정보력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뒤늦게 대미 라인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안보실 개편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안보실의 대미 라인은 그동안 정의용 안보실장, 남관표 전 2차장(주일 대사 내정),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교체 예정)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모두 외교관 출신이지만 정 실장은 통상, 남 전 차장은 국제법이 주전공이다. 오랜 기간 북핵 문제를 다뤄왔던 베테랑 외교관들은 '적폐'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배제됐다.
작년 상반기 남·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정의용 실장은 대미(對美), 대북(對北) 특사로 활동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 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소통은 비교적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작년 4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외교가에서는 "정의용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가끔 통화는 해도 이야기가 겉돈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북핵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간 표류했고, 남북 경협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이처럼 한미 간 소통에 이상 징후들이 나타났지만 정 실장은 작년 말 기자 간담회에서 비핵화 협상 상황에 대해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했다. 또 한미 관계에 대해선 "청와대 안보실장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하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까지 '본격적 남북 경협' '종전 선언' 같은 말을 했던 것은 한미 간 소통에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드러냈다. 회담 전 한미 정상 간 소통은 35분 전화 통화가 전부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한 것도 북에 전면적 비핵화를 요구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이후 한미 간 소통의 기회였던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만남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