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어제 세계 1·2위 '먼지 지옥'

입력 2019.03.06 03:01

5일째 재난급 미세먼지 사태
속초·제주까지 숨막혔는데… 시민들 "정부는 '문자'만 날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약 2㎞ 거리에 있는 북악산이 보이지 않았다. 5일째 전국을 뒤덮은 미세 먼지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망대에서 만난 이윤선(52)씨는 "전에 왔을 때는 북악산 중간에 있는 팔각정이 잘 보였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미세 먼지로 뒤덮인 서울은 이날 주변을 제대로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날 정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입구 안내판에는 '가시거리 1~4㎞'라고 적혀 있었다. 121층 전망대에 오르자 약 3㎞ 떨어진 잠실종합운동장조차 지붕 윤곽만 겨우 보였다.

5일 서울 광화문에서 방독면을 방불케하는 대형 마스크를 쓴 여성이 길을 걷고 있다.
5일 서울 광화문에서 방독면을 방불케하는 대형 마스크를 쓴 여성이 길을 걷고 있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178㎍/㎥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지호 기자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서울은 144㎍/㎥, 세종이 153㎍/㎥을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상 최악의 미세 먼지가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낮 한때 178㎍/㎥까지 올랐고, 충북은 239㎍/㎥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6일 또다시 서울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역에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수도권과 세종, 충청 지역은 처음으로 6일 연속 비상 저감 조치 발령이라 '최장 비상 저감 조치 기간' 기록이 연일 갈리고 있다.

에어비주얼 도시별 대기질지수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 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의 도시별 대기질지수(AQI·초미세 먼지 등 다양한 대기오염 수치를 평가하는 지수)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서울(188)과 인천(180)이 세계 1, 2위로 공기가 탁했다. 중국 베이징(45)은 58위에 그쳤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가 OECD 회원국 도시별로 초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오염도가 높은 상위 100개 도시 중 우리나라 도시가 44개나 올라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 먼지 대응 방안과 관련한 긴급 보고를 받고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며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린이집·유치원에 공기정화기는 있으나 너무 용량이 작아 별 소용이 없는 곳이 많다"며 "대용량의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정부가 장기적인 대응책에만 머물지 말고 즉각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며 "미세 먼지 대책은 환경부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니, 모든 부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통령과 총리의 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차량 운행 제한, 석탄 발전 상한 제약, 미세 먼지 배출시설 가동 시간 조정 등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미세 먼지가 심각해 숨쉬기도 힘든데, 정부가 하는 것이라곤 안전 문자 보내는 것 말고 뭐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야당도 "대한민국은 미세 먼지 무정부 상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회색빛 먼지층은 청정 제주도에도 침입해 제주섬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 형체가 사라졌다. 오전 11시 기준 제주시 이도동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5㎍/㎥으로 오르는 등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면서 제주 시내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제주엔 이날 사상 처음 비상 저감 조치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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