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세지 말고 즐기세요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9.03.06 03:01

    김승우·김성복 작가의 이색전시

    10×4000=? 10원짜리 4000개를 접착제로 붙여 세포의 핵(核)을 표현한 조각가 김승우(41)씨의 'Circle II'〈사진 일부〉의 가격은 400만원이다.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게 돈 아니던가. 소녀상 'Laminate I'은 1만2000개의 10원짜리가 동원됐고, 600만원에 책정됐다. 김씨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돈만 한 게 있겠느냐"며 "크기도 작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안 돼 선택한 소재"라고 말했다.

    'Circle II'
    인간의 가장 첨예한 욕망, 돈을 다루는 미술품이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미술 시장은 돈의 논리가 가장 첨예한 예술판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현대 조각의 구상과 추상 사이'가 16일까지 열린다. 동전 조각은 단연 눈을 잡아끈다. 2014년부터 동전 작업을 시작한 김씨는 "작업실 근처 논산·대전 지역의 은행을 돌아다니며 동전을 모은다"며 "혹시 동전을 녹여서 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수급이 원활해졌다. 컴퓨터로 작업한 틀을 3D프린터로 제작한 뒤 1개월에 걸쳐 동전으로 메우고 틀을 제거한다. "동전을 훼손하지 않기에 한국은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소재가 동전인 까닭에 작품의 원가 계산이 바로 되겠지만 시간의 대가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그는 10원짜리 25만개를 모아 뚱뚱한 남자의 전신상을 제작하고 있다.

    1만×9=? 전시작 중엔 마호가니 목재를 1만원권 지폐 9장의 묶음처럼 깎은 뒤 채색한 조각가 김성복(55) 성신여대 교수의 '도깨비뱅크―피에로는 춤을 춘다'도 있다. 가격은 100만원이다. 전래동화 속 도깨비처럼 온갖 것을 실현해주는 것이 바로 돈이므로, 일종의 부적 같은 성격도 있다. 최근엔 5만원권에서 신사임당 대신 4년 전 작고한 어머니를 그려 넣은 가짜 돈 시리즈를 만들었다. 오는 어버이날 서울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이 같은 가짜 돈 300점을 모아 전시를 연다. "대부분 돈을 갈구하지만 돈을 성찰하지는 않는다"며 "돈의 양면성을 떠올려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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