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해체 수순 밟나… 서울교육청, 법인 설립허가 취소 결정

입력 2019.03.05 18:04 | 수정 2019.03.05 18:09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발표했다. 전날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겠다"며 백기(白旗)를 들었지만, 시교육청은 설립 취소를 강행하기로 했다. 개학 연기를 주도하고 반복해서 집단 휴원·폐원을 선포한 것이 공익을 해친다는 점에서 불법이라 취소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오른쪽). /뉴시스·연합뉴스
◇한유총 ‘공중분해’ 시작… 시교육청 "꼼수 설립도 막겠다"
교육당국은 한유총 해체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청문(聽聞)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문에는 시교육청과 한유총, 양측과 이해관계가 없는 행정학·법학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 한유총은 개학 연기가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방어전에 나선다. 한유총은 개학일을 결정하는 것이 유치원 원장의 자율적 결정이기 때문에 개학 연기는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교육청이 청문 이후 최종 설립허가 결정을 내리면 한유총의 마지막 선택지는 행정소송·행정심판만 남는다. 시교육청과 한유총의 소송전으로 번지면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낼지 여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청문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설립이 취소되면 한유총은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단법인 지위를 잃고 동호회 수준 친목 단체로 격하되는 동시에 설립 당시 등록한 재산 5000만원도 시교육청에 환수된다. 사립유치원을 대변하는 대표성도 상실한다. 교육당국은 육아 정책을 짤 때 한유총을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해 왔는데, 한유총 내 온건파가 설립한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가 정부 새로운 파트너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해체 이후 구성원은 그대로 두면서 이름만 바꿔 새 법인을 차리는 ‘꼼수’ 전략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교육청이 사단법인 설립 허가권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이 이같이 설립 신청하는 것을 막을 근거는 법적으로 없다"면서도 "사회적 물의를 다수 일으킨 점을 고려한다면 설립 허가가 무리하다는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유총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김지호 기자
◇한유총, 사립유치원 이익 대변한 국내 최대 단체
한유총은 ‘유아교육 발전에 공헌하며 회원 권익을 강화하고 유치원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95년 설립됐다. 전체 사립유치원 4220곳 중 3318곳(79%)이 한유총 회원이다. 시교육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유총이 걷는 회비는 매년 30억~36억원이다. 회원 한 명당 연간 약 100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 이사장을 필두로 서울본부 부이사장과 지역별 이사, 일반회원들이 있다. 주 회원은 유치원 원장이다.

한유총은 그간 사립유치원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로서 활동했다. 2002년 정부가 공립단설유치원을 확대하려 하자 "사립유치원 경영난이 심해진다"며 반대했다. 2003년에는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에만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를 주고 사립에는 안 주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08년 국가 단위 유치원 평가에 반대하는 활동도 펼쳤다.

정부를 상대로 ‘집단 휴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정부에 국·공립유치원 수준 지원을 요구하며 집단 휴원을 예고했다가 교육부와 협상이 시작되자 나흘 만에 철회했다. 2017년 9월에도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수차례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가 여론 악화로 철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유총 부산지회가 정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반발해 일주일간 집단 휴업을 논의했다가 번복했다.

일각에서는 한유총과 이덕선 이사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유총과 소속 유치원들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이사장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을 당한 상태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공동대표(가운데)와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한유총과 소속 유치원을 개학연기 사태와 관련 고발장 접수를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개학 연기’ 주도한 이덕선은 누구?
이번 한유총 개학 연기 투쟁을 주도한 사람은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휩쓸던 지난해 10월 전임 최정혜 이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전면에 나섰다. 같은해 12월 신임 이사장으로 단독 입후보해 취임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화경제연구소를 거쳐 1995년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에 입사, 2007년 큐릭스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티브로드홀딩스 대표와 하나방송 대표를 지내는 등 케이블TV 업계에서 ‘싱크탱크’이자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했다. 2015년 경기 동탄에 ‘리더스 유치원’을 짓고 설립자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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