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그간 협상을 이끌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뒤로 빠지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회담 결렬 사흘 만인 3일 볼턴 보좌관은 이례적으로 세 곳의 미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북한에 최대 압박 작전을 계속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무역 갈등 피해와 관련해 아이오와 등 미 농촌 지역을 찾아가 농부들을 만났다. USA 투데이 신문은 이런 폼페이오 장관의 '이상 행보'에 대해 "미합중국의 국무장관이 졸지에 '농촌 순회 특사'가 됐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분간 북핵 문제를 폼페이오 장관 대신 볼턴 보좌관에게 맡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대북 선제 공격'을 주장할 만큼 '수퍼 매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대북 정책보다는 베네수엘라 사태 등 다른 사안을 담당해왔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미·북 확대 정상회담에 '깜짝' 배석하며 비핵화 협상 무대에 전격 복귀했다. 이어 협상 결렬 3일 만에 연쇄 언론 인터뷰를 가지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새로운 길' '계산법' 등을 언급하며 장외(場外) 여론전을 펼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맞세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이오와·캔자스·텍사스주 등 미국 농촌 지역을 순회하는 출장을 떠났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흔들리는 농촌 민심을 다잡기 위한 '특사'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이 국내 출장을 떠난 건 이례적이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 등 대북 압박 메시지를 낼 때는 볼턴 보좌관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며 "볼턴 보좌관이 대북 정책 핵심으로 복귀하면 현 교착 상태는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시사 전문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북) 군사 위협이나 압박으로 선회하지는 않겠지만, 볼턴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고 했다.